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과 부채한도 상한 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최종 합의가 제때 이뤄질 것을 확신하던 이전과 달리 미 재무부가 제시한 디폴트 시한인 다음 달 1일을 목전에 두고 백악관과 공화당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의 고신용 기업들이 부채한도 협상 교착에 따른 금융 혼란에 대비해 최근 채권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달 미국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1120억 달러(약 148조 1200억 원)로 전월 대비 3배 이상 급등했다. 전년 동월(460억 달러)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FT는 “초저금리로 차입 광풍이 불었던 2020년(1960억 달러)을 제외하면 5월 발행실적 기준 7년래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회사채 발행 러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재무부의 현금까지 바닥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 시기를 앞당긴 데 따른 여파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의 현금 잔액 수준이 18일 기준 약 570억 달러에서 다음 달 8~9일께 연방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최소 규모인 3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 지급이 예상보다 더 늦어지고 재무부는 다음 달 1일 혹은 2일까지 현금 부족에 이를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월가 금융시장 참여자들도 디폴트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 교착 상태가 주식시장 전망을 위협하자 트레이더들이 포트폴리오를 헤지하기 위해 주요 통화 스와프 및 옵션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이날 3차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전날 저녁 이뤄진 실무협상팀 간 논의는 2시간 만에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공화당이 예산 증가율 제한 기간을 향후 10년에서 6년으로 단축했지만 백악관은 여전히 2년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국방·사회복지 등 부문별 지출 삭감 규모에 대해서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