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채점 안한 609명 답안지 파쇄했다"…국가자격시험 어이없는 사고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23일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한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23일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한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기술자격 시험 600여명의 답안지가 채점도 하기 전에 실수로 파쇄돼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사과문과 함께 재시험 일정을 발표했지만 시험을 준비했던 수험생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시험을 치른 지 2개월 후에 다시 응시하는 만큼 수험생들이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공단 측의 실수로 괜히 또 공부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23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의 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필답형 답안지가 파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수험자 609명이 시험을 봤다. 시험 종료 후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다. 이후 인수인계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해 이 포대는 공단 채점센터로 옮겨지지 않고 파쇄된 것으로 조사됐다.

609명의 응시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은 609명 전원에게 개별 연락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공단은 수험자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 달 1∼4일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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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왼쪽 네번째)과 임직원들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왼쪽 네번째)과 임직원들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단의 잘못으로 609명의 수험자들은 시험을 다시 한 번 치러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공단은 당초 예정된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6월 9일)에 시험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내달 1∼4일 시험을 볼 수 없는 수험자는 내달 24∼25일에 치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합격자 발표는 내달 27일 이뤄진다. 또 수험생들이 자신의 거주지와 가까운 공단 사무실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시험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히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 시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재점검하기로 했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급히 마련된 긴급 브리핑을 통해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단이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준 점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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