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 없이 계속 이어지면서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2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12%, 0.69% 내렸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오전 한때 연 3.75% 대까지 올랐다가 3.69%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월가는 부채한도 협상에 관심이 쏠려 있는데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 동부시간 24일 오후6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이 올해 0.4% 성장하면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죠. 종목별로는 애플이 수년 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5세대(5G) 부품을 주문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브로드컴이 1.20% 뛰었는데요. 넷플릭스는 이제 미국에서도 패스워드 공유는 가족끼리만 된다고 밝혔죠. 오늘은 주요 경제 지표와 함께 부채한도 협상,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S&P 5월 서비스 PMI 55.1 13개월 만 최고”…버냉키·블랭차드, “인플레 해법은 노동시장 둔화 실업률 4.3%까지 올릴 필요”
먼저 S&P 글로벌의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부터 간단히 보죠. 이날 나온 S&P 글로벌의 5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가 55.1로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가 52.5였습니다. 4월 수치(53.6)보다 높은데요. PMI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수축을 나누죠.
S&P 글로벌은 “2분기 중 서비스 부문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신규 주문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5월에 서비스 부문 전반에 걸쳐 계속 상승했으며 5월에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설명에 많은 게 담겨 있는데요. S&P 글로벌의 5월 서비스 PMI 호조는 서비스 업황이 생각보다 좋다는 뜻이고 이는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지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와의 싸움을 더 길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수석 산업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그림이 바뀌고 있으며 서비스 분야가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서비스업에서 채용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침체를 피할 수 있는 요인이면서 동시에 물가 하락에 필요한 노동시장 둔화를 막는 역할을 하죠. 이날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올리비에 블랑차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연구를 보면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뜨거운 고용시장이 원인으로 결국은 노동 시장을 둔화시켜야 한다고 봤는데요. 이들은 경제활동참가율을 크게 높이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실업률이 지금의 3.4%에서 4.3%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연준이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는 거죠.
별도로 제조업은 예상보다 나빴는데요. 미국의 5월 제조업 PMI는 48.5로 전망치 50.0을 밑돌았습니다. 한 달 새 확장에서 다시 수축으로 돌아섰는데요. 전월치 50.2보다도 낮았죠. 반면 종합 PMI는 54.5로 시장 예상(53.0)을 뛰어넘었는데요.
S&P 글로벌의 PMI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마음을 바꿀 지표까지는 아닙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PMI와 함께 볼 필요도 있구요.
다만,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측면에서 생각보다 강한 서비스업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에게) 6월에 금리를 올릴지 동결할지는 엇비슷하다(close call)”며 “인플레가 매우 끈적끈적하며 특별히 서비스업이 그렇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끈적끈적한지 충분히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주택시장은 신규 주택판매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4월 신규 주택 판매는 연율 기준 68만3000채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전월 대비 무려 4.1%입니다. 월가에서는 66만5000채(-2.6%)를 점쳤는데요. 로이터통신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가 떨어진 상황을 이용하려는 구매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전반적인 시장이 침체된 상태에서도 건설업체들은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매카시, 타결 근처에도 안 와 있어·바이든은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합의 이뤄지면 마감일도 새로 만드는 게 정치권”
부채한도 협상 더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 리버티 스트래티직 캐피털 매니징 파트너는 이날 카타르 이코노믹 포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합의 근처에 왔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는 행정부에서 부채한도 협상을 했었고 정치권의 수사를 잘 아는 만큼 현 상황을 잘 볼 수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죠. 므누신은 “연준의 금리인상은 거의 다 됐다. 아마도 한 번 정도 더 할 수 있으며 금리인하 기대는 과도하다"면서 “미국이 침체는 피하더라도 더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앞으로 몇 달 동안 경기가 확실히 둔화할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어쨌든 부채한도 협상에 대해서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의 생각도 큰 틀에서 비슷합니다. 그는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걱정한다”며 “(디폴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무모한 백악관 때문에 그 가능성은 우리 생각보다 높다”고 했는데요.
월가 핵심 관계자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확한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나나 시장이나 협상 타결에 매우 높은 확률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주까지 최소한 협상 타결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물론 시장 움직임은 다른 얘기입니다. 이날도 증시가 하락 마감했는데요.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X-데이트’로 꼽은 6월1일 이후인 6월6일 만기가 도래하는 재무부 국채 금리가 6%를 넘어 6.078%까지 치솟았습니다. 금리 상승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MS)의 8월8일 만기인 회사채 금리가 4%를 살짝 넘는데 8월6일 만기 국채는 5.2%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파비아나 페델리 M&G의 주식 및 멀티에셋 CIO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원하지 않기 때문에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데드라인에 가까워질수록 시장은 더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한도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한 반면 블룸버그는 “매카시 하원 의장이 이날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협상 타결 근처에도 있지 않다고 했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매카시의 경우 자기들끼리만 있을 때 좀 더 속마음에 가까운 얘기를 했을 수도 있죠.
일부 공화당 측 의원들은 6월1일이 데드라인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합니다. 칩 로이 공화당 하원 의원은 “만들어진 위기”라며 “우리는 디폴트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완전히 허구다. 우리는 돈이 충분히 있으며 그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여전히 디폴트가 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크리스티나 후퍼 인베스코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단기적인 기술적 디폴트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주식보다는 채권가격에 반영될 것 같다”고 했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부적인 협상 내용을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게 맞겠습니다. 2011년 부채한도 위기 때 미치 매코널 상원 의원의 협상팀을 이끌었던 PWC의 로히트 쿠마르는 “(지금 상황을 보면) 협상 타결이 이뤄질 수 있는 좋은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 내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협상을 완전히 끝마치는 데 시간이 약간 더 걸리더라도 합의 이후의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의회는 항상 마감일까지 끝낼 방법을 찾고 마감일까지 끝내지 못하면 마감일을 연장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부분은 여느 정치 협상도 마찬가지죠.
“미 증시, S&P 선물 롱 포지션이 압도적으로 많아” vs "최근 위험만 커져 현금·금 비중 늘려야”
흥미로운 건 이날 파월 의장이 약 한 시간 동안 비공개로 민주당 하원 의원 그룹과 만났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측에서는 “오래 전부터 예정된 만남이며 부채한도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했는데요.
회의에 참석한 앤 커스터 하원 의원은 “파월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인상을 우리에게 주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5%다. 그는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6월 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는데요.
파월은 디폴트 시 연준이 이 문제를 해결할 도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고 합니다. 비공개 회의라 세부 내용은 알기 어렵지만 최소한 부채한도와 인플레이션, 금리 등을 주제로 얘기가 오갔음을 알 수 있는데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디폴트 시 플랜B가 없다는 연준의 입장이 진심인지 아닌지 직접 들어보고 싶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장 상황을 보면, 씨티는 투자자들이 S&P500 선물 롱 포지션(매수) 비율이 압도적이라고 전했는데요. 크리스 몬타구가 이끄는 씨티 전략가들은 “포지션은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롱 포지션이 90%를 넘는다”며 “부채상한 협상이 길어지는 도중에도 투자자들은 210억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을 추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미국 증시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주식 헤드는 “상승 종목 수가 적은 것이 파멸이나 우울의 전조는 아니다. 기술주는 여전히 괜찮을 수 있다”며 기술주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티펠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시대 최고의 투자 대상이라고 재차 추어 올렸는데요.
그러고 보면 1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나았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조나단 골럽은 S&P500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 전 어닝 예상치는 -6.2%였지만 실제로는 -1.9%였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상황이 계속 나아질지는 불분명하다고 합니다.
JP모건의 수석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최근의 주식 랠리는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라며 투자자들이 부채한도 협상에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연준의 매파적 발언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걱정했는데요.
그는 “금리인하는 위험한 상황일 때만 나타날 것이고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주식 멀티플과 경제활동을 짓누르게 될 것”이라며 “현금과 금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콜라노비치는 포트폴리오 모델에서 주식과 회사채 할당 비율을 각각 1%p 줄이는 대신 현금을 그만큼 늘렸는데요. 씨티는 은을 저가에 매수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며 기업가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고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근거가 있다”며 “모든 것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잘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S&P가 더 올라갈 것을 희망하지만 (그렇게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했습니다. 엘 에리언의 긍정적 시각이 눈에 띄는데 부채협상도 협상이지만 연준이 6월 이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에 대한 실마리를 내일 나올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연준 의사록에 대한 집중 분석도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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