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비대면진료의 시범사업은 그간 이뤄졌던 것처럼 모든 국민 대상이 아니라 일부 국민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됩니다. 이러한 시범사업은 저희 같은 비대면진료 기업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 없습니다. "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2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부가 내놓은 시범사업안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고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업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해지자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소속 비대면진료 기업 대표들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12월부터 3년이 넘은 지금까지 총 3661만 건이 넘는 비대면진료가 이뤄지고, 1397만 명 이상이 이용했지만 의료사고는 0건이었다"며 "숱한 어려움에도 국민 건강과 비대면진료 제도 안착이라는 일념으로 묵묵히 버텨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많은 병원, 더 많은 약국이 참여해 모든 국민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수수료 0원을 고수하며 기업을 운영해 왔다"며 후보자 시절 윤 대통령이 비대면 진료를 공약으로 내세웠음을 상기시켰다. 비대면 진료가 국정과제에 포함되며 제도화 희망을 걸었지만 국회에서 정쟁화 되며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고,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원산협은 "대통령께서 2021년 12월 3일 후보시절,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하면서 '혁신적인 제도와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복지부의 대상 환자 제한적 시범사업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과 정면 충돌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예고한 시범사업이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금지시키는 '반(反)비대면진료' 정책임이 자명해졌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은 우리 곁에 있는, 나일수도 있는 일반 회사원, 맞벌이 부부, 만성질환자까지 다양하다"며 "대면진료가 어려운 환경에 있어 비대면 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국민께 비대면 진료를 위해 다시 대면진료를 하라는 보건복지부 지침이 과연 상식에 부합한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안이 지난 20여 년간 진행해 온 시범사업과 차이가 없으며, 동일 의료기관에 30일 이내에 동일 질병이라는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한 '재진' 환자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초·재진 여부는 병원이 보유한 개인 의료정보기에 플랫폼은 원칙적으로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플랫폼업계는 현행 시범사업대로라면 이용자에게 전국 병원 리스트를 나열하는 수준의 기능 밖에 제공할 수 없으며, 기존 이용자들이 대부분 감기, 알러지, 소화불량 등 경증 질환으로 비대면진료를 사용하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반박한다. 초·재진 여부를 확인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은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비대면진료에 참여 중인 의사들 사이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복지부는 다음달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돌입하고 관련 법 개정 전까지 제도 공백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직역단체가 참여하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제 38차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약자의 의료접근성을 제고하고 안전한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각계의 의견을 지속 수렴해나갈 계획”이라며 "시범사업뿐만 아니라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