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기업부채 경고등, 도미노 부실 막을 안전핀 관리 시급하다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 급증으로 금융 리스크 경고등이 켜졌다. 2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2.2%로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계 부채 규모가 GDP를 넘어선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가계 부채는 1853조 9000억 원에 이른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계속 상승해 4월에 0.270%로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가 무주택 청년을 지원한다며 2019년 출시한 ‘청년 전월세자금보증’ 상품의 지난 4년간 사고 금액(2030억 원) 중 80% 이상이 원금 연체였다.



기업 부채도 위험 수위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한국의 전체 기업 부채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 부채가 22.1%에 이르렀다. 이는 세계 평균(16.8%)은 물론 아시아 평균(13.95%)보다도 높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으로 채무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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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가 악화하면 가계·기업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만일 도미노 부도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 시스템이 치명타를 입게 된다. 기업 부채 및 가계 부채와 관련된 위험 요인들을 면밀히 점검한 뒤 부실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신속한 대응 시나리오 등 ‘안전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 기업과 대출로 연명해온 부실 기업을 구분하는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 좀비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 조정에 나서고 잠재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재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가계에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는 원리금 상환 유예 등으로 재기를 지원하되 한계 차주들에 대해서는 개인 워크아웃 제도 및 사회안전망 활용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만 결국 정부가 빚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모럴해저드를 초래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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