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신규투자 늘리는 SK그룹…회사채 발행 잔액 44조

2차전지 등 신사업 확장 위해

회사채 발행 공격적으로 확대

올 벌써 7.8조…작년 총액 넘어

금리상승·경기침체 등 겹치며

일각 "재무 부담 커진다" 우려





재계 순위 2위인 SK그룹이 올 들어 회사채 발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회사채 순발행 총액이 4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신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기 때문인데 시중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쳐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SK그룹의 회사채 발행액은 이날까지 총 7조 8410억 원(수요예측 완료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SK그룹이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 총액(6조 8498억 원)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30대 그룹 중 회사채 발행액 기준으로 단연 SK가 선두인데 2위 LG그룹(3조 3570억 원)과 3위 롯데그룹(2조 9350억 원)의 발행액을 합한 액수보다 많다. 포스코와 HD현대(267250)·GS(078930)·신세계(004170)·CJ(001040)그룹 등은 회사채 발행액이 1조 원대에 머물러 있다.



SK는 계열사들이 대거 회사채 발행에 나서 반도체용 특수 가스를 생산하는 SK스페셜티(A+)가 전날 800억 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5배가 넘는 주문을 받아 6월 8일 최대 15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AA+)도 같은 날 4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6월 5일 발행하기로 했다. 지주사인 SK(AA+)는 30일 6000억 원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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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최근 회사채 발행은 단순 차환 목적을 넘어 신규 자금 확보에 힘이 실려 있다. 지난해 말 39조 7295억 원이던 SK그룹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이날 기준 44조 원에 이르면서 4조 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SK하이닉스(000660)가 일반 회사채와는 별개로 4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싱가포르 시장에서 17억 달러(약 2조 2491억 원) 규모의 달러 표시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사채 발행 규모는 대폭 늘어난다.

SK그룹이 공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BBC 산업’으로 불리는 반도체(Chip)·배터리(Battery)·바이오(Bio) 사업에 대한 투자가 그룹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절박함 때문이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 디지털 사업, 바이오 등에 총 247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당장 올해 가시화된 투자만 △SK하이닉스 약 10조 원 △SK온 7조 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6500억 원 △SK E&S 1조 2000억 원 등이다.

문제는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 898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1분기도 3조 402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2차전지 제조 업체인 SK온은 1분기 3조 원이 넘는 매출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영업손실(3447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커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105조 원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61조 원) 대비 44조 원 증가했다. SK 계열사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어서 신규 자금 조달은 회사채 발행에 크게 의존한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SK그룹의 부채 비율과 순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34.7%, 25.7%로 재무 안정성이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면서도 “그룹의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상회하는 대규모 투자로 채무 부담이 크게 늘고 재무적 완충력이 소진돼 주력 사업의 업황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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