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야마(기사 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를 잡고 정치를 하는 것 같아요.”
국민의힘의 한 특별위원회 일원으로 활동한 위원은 특위가 용두사미로 끝난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진정성 있게 내실 있는 정책을 토론하기보다는 언론에 사후 브리핑할 결과를 만들어야 하니 일단 결론을 내고 보자는 식으로 진행하려는 일부 의원들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당들이 급조하듯 출범시키는 각종 특위가 ‘생색용’이라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회의에서 그런 노골적인 말들이 오갈 정도로 정치의 금도가 무너졌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정치권에서 조회 수 올리기 식의 관심 끌기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통사고가 터지면 건수를 선점하려고 달려가는 일부 레커차 사업자들처럼 대형 이슈가 터지면 깊이 있는 정책연구와 사실 규명도 이뤄지기 전에 묻지마 식으로 관련 입법을 쏟아내는 것은 의원 사이에서 하나의 관행이 됐다. 해당 이슈에 쏠린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실현 가능성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그럴싸한 이름을 지어 해법인 것처럼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정치가 일반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런 법안들이 하도 많다 보니 ‘레커법’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지경이 됐다.
의원들이 이처럼 인기를 좇을수록 국회는 점점 민생 현장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근래 가슴을 뻐근하게 했던 뉴스 중 하나는 지난달 2030세대에서 일할 의사가 없이 쉬는 청년 무직자가 역대 최대인 66만 명이었다는 통계청의 발표였다. 오늘이 아무리 행복해도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없다면 그곳이 곧 지옥이라고 믿는 내게, 청년들의 뚜렷한 이유 없는 구직 포기 행렬은 우리 사회를 향한 거대한 경고음으로 들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청년들에게 국민의힘 청년특위의 1, 2호 정책인 ‘토익 유효기간 확대’ ‘예비군 3권 보장’은 얼마나 보탬이 됐을까.
‘근사(近似)’라는 단어의 말을 풀어보면 ‘거의 같다’는 의미다. 일상에서 ‘근사하다’는 평가는 실제와 완벽히 포개어지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본질에 수렴하기 위한 노력을 향한 경의의 표시라 할 수 있다. 총선까지 불과 10개월. 국민에게 보다 근사해지려는 여야의 보다 나은 노력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