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일본 국가 채무





일본은 1991년부터 2001년까지 극심한 장기 침체를 경험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했다. 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시기다. 아키히토 왕이 즉위한 1989년부터 거품 붕괴가 시작됐다고 해서 왕의 연호를 따 ‘헤이세이 불황’이라고도 한다. 일본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드리웠던 국가채무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일본은 자산 가치가 폭락하자 소비·투자마저 위축되면서 경기 급랭 사태를 맞았다. 일본 정부는 민간의 소비·투자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재정을 적극 투입했다. 그러나 경기는 회복되지 않았고 장기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버블 붕괴 직전인 1989년 14.4%에서 2021년 263%로 급증했다. 1940년대 태평양전쟁 말기 때보다도 악화한 수준이다. 2013년부터 과감하게 유동성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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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편 것이 국가채무 증가를 부채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아베노믹스가 시작되자 “일본의 젊은이들은 일본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3월 말 현재 보유한 국채가 581조 엔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50% 이상을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부채를 중앙은행이 짊어지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물가 상승 압박을 덜기 위해 기준금리는 올리지 못하고 대신 국채 매입으로 장기금리를 0% 수준으로 억누른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해 국채 이자 비용으로 지불한 금액은 연간 예산의 25%에 달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는 일본 재정 악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도 비(非)기축통화국의 채무 평균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방만한 재정 운용을 막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재정준칙 입법화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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