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앞서 2021년 11월과 지난해 1월 박 전 특검을 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재수사팀이 꾸려진 이후 첫 소환 조사라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서는 등 ‘강공 전략’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르면 내주께 박 전 특검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에 대해 “혐의와 관련해 주요 관계자, 참고인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이라고 판단하면 필요 시점에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환 조사 시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환을 위한 일정 조율 여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 전 특검은 지난 2014~2015년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전달한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땅과 상가를 받기로 약속한 혐의(수재 등)를 받는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PF 대출을 약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우리은행 사외이사회 의장이었던 박 전 특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집중 조사 중이다. 특히 우리은행이 대장동팀에 여신의향서를 내준 배경에 김종원 전 우리신용정보 대표시아와의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사외이사회 의장 재직 시절인 2014년 여신의향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집행부행장)이었다. 또 박 전 특검이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2014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애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 등을 이유로 최종 불참하고, 대신 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여신의향서를 냈다. 검찰은 최근 “김 전 대표가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해 여신의향서를 냈다”는 취지의 우리은행 내부 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서 지난달 31일 그를 상대로 우리은행이 대장동팀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제출한 구체적 경위와 이 과정에 박 전 특검이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전 대표는 검찰 소환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특검은 제가 아는 분도 아니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간 적 없다”며 “(본인이) 여신 의향서를 끊어줄 직위에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 측도 입장문에서 “김 전 대표와는 매우 짧은 기간 재직 기간이 중복될 뿐”이라며 “월평균 1~2회 정도 회의에 참석하는 비상근 사외이사인 박 전 특검과 김 전 대표가 두터운 친분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은 상식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쌍특검(50억 클럽·김건희)’ 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는 했으나 실제 이행되기까지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검찰이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냥 특검 시행을 기다릴 경우 검찰은 ‘수사에 미온 적이다’거나 ‘검찰 출신이라 제 식구 감싸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만큼 특검이 세워지기 기다리기보다 오히려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등 강수로 일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는 앞서 4월 27일 본회의에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 및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 심사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최대 180일, 본회의에서 최대 60일의 숙려기간을 거쳐 최장 240일이 걸린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릴 경우 두 특검 법안이 올 12월에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