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대대적인 금연 정책 홍보에 나선 가운데 정부의 수장격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어 정책의 효과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3일 북한 외무성은 홈페이지에서 중국·러시아·쿠바 등 사회주의 우방 국가들의 금연 정책을 알리면서 "우리 공화국 정부는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선진적이며 적극적인 금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공화국 정부는 인민들의 생명 건강을 첫 자리에 놓고 그들이 건강한 몸으로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도록 하기 위한 우리 식의 선진적인 금연 정책을 계속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북한 매체들도 세계 금연의 날이던 지난달 31일 일제히 다양한 금연 정책 홍보에 나섰다. 선전매체 조선의 소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연 활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2005년 담배통제법, 2020년 금연법 등을 제정했다고 열거했다. 또 "금연 정책의 요구에 맞게 담배생산 및 판매, 흡연에 대한 법적·사회적 통제를 강화해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보다 문화·위생적인 생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연연구보급소'라는 기관이 있으며 이 기관은 금연법 해설·선전, 흡연 장소에 금연 마크 및 경고 그림 게시, 금연 희망자 건강 측정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2020년 11월 4일 도입한 금연법은 숙박업소·상점·식당 등 상업 편의 봉사시설과 극장·도서관·체육관·정류소·대합실 등 공공장소 흡연 금지 장소를 규정하고 금연율을 높일 방안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같은 금연 정책을 앞장서서 이끌어 가야할 최고지도자의 흡연 모습이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목격돼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극도의 청결과 위생이 요구되는 장소인 군사정찰위성 시설을 돌아봤던 지난달 17일 현지 시찰에서도 담배를 손에 끼운 모습이었고, 그 옆에는 딸 김주애도 함께 있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외국 담배를 다량 들여간다며 "김 위원장의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북한의 흡연 인구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의 15세 이상 흡연율은 18.4%로 나타났다.
북한 내 흡연 실태에 관한 책을 냈던 동아대 강동완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