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주력 TV 패널 기술인 ‘퀀텀닷(QD)’의 생태계를 확장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 경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LG가 주도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고성능 시장 경쟁을 이끌면서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5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매출액 기준)에서 LCD 기반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와 OLED 기반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TV의 합산 점유율은 17.32%를 기록했다. LCD를 제외한 OLED TV(QD-OLED 포함)는 10.84%를 점유했다.
QD는 전기·광학적 성질을 띤 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다. QD 디스플레이는 빛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색을 내는 QD의 성질을 활용해 색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OLED 기반의 QD-OLED를 시장에 첫선을 보이면서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QD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LCD 패널에 QD 필름을 붙인 QLED는 삼성전자(005930)가 외주 형태로 납품 받아 TV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체 QLED TV 시장의 57.5%를 차지하는 등 QD TV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삼성이 QD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물량 기준 최대 시장인 LCD는 후발인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사라진 데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성능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17년 연속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벼르고 있는 핵심 무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를 방문해 QD-OLED 생산 설비를 둘러보고 차세대 기술을 점검하는 등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 라인(Q1)의 구축을 발표한 데 이어 기존 LCD 라인을 QD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집중 투자하고 있다. LCD 기반 QLED가 현재 주력이지만 QD-OLED가 더해지면서 선택 폭을 넓혔다.
가격에서도 생태계 확장을 통한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캐논은 희소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QD 소재를 개발하면서 소재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캐논의 QD 재료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사용하는 가격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니, 중국 TCL 등 업체들도 QD-OLED TV 진영에 합류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옴디아는 QLED와 QD-OLED를 합친 QD TV 시장이 2027년 전체 시장의 25.31%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LED TV 시장에서도 지난해 8.26% 수준인 QD TV가 2027년 36%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QD 소재 개발 업체 등 생태계에 합류하려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재료 업체가 늘고 TV 공급자가 늘어나면 공급 체인이 건강해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QD-OLED를 포함한 OLED TV 시장 규모는 2027년 128억 달러(약 16조 7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