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동안 몸집이 커진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HMR) 구독 시장이 엔데믹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외식 물가가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HMR 조리 및 섭취 편의성 및 다양성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충성고객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발효유를 제외한 선불 구독 가입자 수는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40% 늘었다. 풀무원의 HMR 구독 서비스 디자인밀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특히 노령층을 위한 케어 푸드 카테고리는 같은 기간 25%, 일반 성인을 위한 영양균형식 매출은 30% 증가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점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잇딜라이트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0% 늘었다.
풀무원과 hy는 자사 방문판매원 유통 채널을 통해 HMR 구독 서비스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일찍이 선보였던 야쿠르트와 녹즙 구독 서비스 사업에 밀키트와 샐러드 등을 함께 끼워파는 방식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식품 구독 서비스가 크게 성장한 배경에는 고물가, 소비자들의 다양화된 입맛, 온라인 식품 시장 성장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혜경 위잇딜라이트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점심값이 1만~2만 원대로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원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직장 내 ‘혼밥’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위잇딜라이트는 기업 본사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등지에서 202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해 이달 기준 가입자 수가 약 11만 명을 넘어섰다. 유료 서비스 전환율은 55%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세분화·다양화되면서 맞춤형 식단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도 큰 인기다. 풀무원은 영유아 맞춤식 ‘베이비밀’, 성인 영양식 ‘요즘은이런식’, 고령 고객들을 위한 ‘풀스케어’ 등 브랜드를 통합해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밀’을 지난해 론칭했다. 올 1월에는 통합 온라인몰을 오픈했는데 지난달 기준 가입자 수가 90% 폭증했다. 풀무원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나이·성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와 대상웰라이프 역시 각각 ‘그리팅’과 ‘뉴케어 당플랜’ 서비스를 통해 당뇨, 비만 등 대사질환에 특화된 건강식과 유아동 맞춤 식단을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도 한몫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2019년 13조 4467억 원에서 지난해 26조 6438억 원으로 3년 새 2배가량 성장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온라인 유통 비중은 2019년 43.8%에서 지난해 63.1%로 크게 늘었다. 올 3월 식품의약안전처가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hy는 추후 소·돼지·닭고기 등 축산물 정기 배송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간 유통 채널에 의존해왔던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엿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식품 구독 서비스는 대표적인 식품 D2C(Direct to Customer)사업으로 꼽힌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2020년 선보인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과자’가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최근 지난해 말 출시한 HMR 구독 서비스 ‘월간밥상’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시너지 효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