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등이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가 8일 필수·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와 의협이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의하기로 한 의정합의문 발표 이후 2년 9개월 만에 접점 찾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대구 등에서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중 구급차에서 사망한 환자가 속출한 것은 우리 의료 현실의 민낯을 보여줬다. 응급실 사고의 원인은 수술 등을 위한 필수 의사와 병실 부족이다.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인 탓에 필수 의사가 모자란 것이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국내 의사 수는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대로 가면 2035년에 수요 대비 부족한 의사 수가 2만 7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화 현상 심화로 의료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의료 인력 확대가 시급하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은 의대 정원을 최근 10여 년간 1705명 늘려 총 9330명으로 만들었다.
지역의료 붕괴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강원 지역에서 임신부가 분만실을 찾아 헤매다 헬기 이송으로 서울에서 출산한 일도 지역의료 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공공 의료기관인 속초의료원이 응급실 전문의를 충원하기 위해 연봉을 3억 원에서 4억 1000만 원으로 인상한 것도 의사들의 지역 기피 현상에 기인한다. 정부는 도서 산간 지역 인력 확충을 위해 필수 인력에 직접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또 의대생들의 산부인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분야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 분야 레지던트 지원 및 정원 조정 방안 등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르면 2025년에 이뤄질 정원 확대가 실제 전문의 배출로 이어지려면 10년 이상 소요되므로 필수 의료 분야 의사 수 확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고난도·고위험의 필수 의료에 적극 투자하고 의협은 의사 인력 증원 방안 마련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