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3연속 동결되고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찾는 소비자들이 다시 늘었다. 앞으로 금리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 상품의 이자 부담이 덜해질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새로 취급한 주담대는 6조 2135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변동금리형 주담대는 1조 1535억 원, 고정금리형은 5조 599억 원으로 고정금리형 상품의 비중이 81.43%, 변동금리형 상품 비중은 18.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변동금리형 상품 비중이 전월(15.65%)보다 3%포인트 가깝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변동금리형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전월(9343억 원)보다 22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데 비해 고정금리형 상품 취급액은 248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변동금리형 상품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고정형 상품 비중보다 컸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변동금리형 대출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고정형 상품의 비중을 키워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전 저금리 시대 때는 소비자들이 주로 변동형 상품을 선택하면서 여전히 잔액 기준으로는 변동형 상품의 비중이 높다”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의 영향으로 고정형 상품 선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 당국이 각 은행들에 고정금리형 상품 확대를 유도하고 은행들이 고정형 상품 금리를 변동형 상품 금리보다 낮게 유지하면서 올 들어 고정형 상품 비중이 80% 안팎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현재 4대 시중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1~6.99%인데 비해 고정형 금리는 3.92~6.04%로 전반적으로 더 낮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변동형 상품의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 회피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고정형 상품보다 금리를 낮게 적용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변동형이 고정형보다 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올해도 이어지면서 고정형 주담대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변동형 상품금리가 고정형보다 높은 상황에서 최근 변동형 대출 신규 취급액이 늘어난 것은 앞으로 대출금리가 현재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차주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정형 상품 금리가 현재 변동형 상품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한 번 대출 계약을 맺으면 앞으로 5년간 금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금리 하락기에는 고정형 상품이 불리하다.
아울러 한때 변동형 상품과 고정형 상품의 금리 차이가 1%포인트 이상 벌어졌지만 최근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수요자들이 변동형 상품으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풀이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1월 중순께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대출금리는 4.386~6.11%, 변동형 상품 금리는 4.78~7.41%로 고정형 금리가 상단은 1.30%포인트, 하단은 0.4%포인트 정도 낮았지만 현재는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 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는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적은 만큼 현재 자신이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를 바탕으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