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벤처캐피털(VC)인 알토스벤처스가 한국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5억 달러(약 6457억 원) 이상으로 조성해 주목된다. 고금리와 정부 예산 감소로 자금난을 겪는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큰 지원군이 나타난 것으로,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벤처 투자 ‘큰손’들이 펀드의 출자자(LP)로 대거 참여해 업계의 숙원인 해외 진출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알토스벤처스는 쿠팡·크래프톤(259960) 등에 투자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신생 기업)’을 여럿 발굴해온 유력 VC여서 향후 투자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토스벤처스가 한국 스타트업 투자 전문 펀드인 5억 달러 규모의 ‘알토스 코리아 오퍼튜니티 펀드(Altos Korea Opportunity Fund, L.P.·이하 KOF) 6호’ 조성을 완료했다. IB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글로벌 벤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알토스벤처스의 기존 국내 투자 성과가 탁월해 한국에 관심이 있는 해외 출자자들이 이번 펀드에 대거 몰렸다”면서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빠른 속도로 자금을 모아 1차 펀드 결성을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알토스벤처스는 2014년 KOF 1호를 결성한 후 2~3년에 한 번씩 신규 펀드를 결성해왔다. 이번 6호 펀드는 2021년 말 약 5억 달러로 조성된 5호 펀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새롭게 결성됐다. 이에 따라 알토스벤처스가 한국의 벤처·스타트업에 전담 투자하는 KOF 누적 결성액은 10년 동안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이르게 됐다.
6호 펀드 출자자 대부분은 해외 기관들로 구성됐다. 특히 미국 명문 사립대학 기금이 대규모 자금을 베팅해 주목된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노스웨스턴대와 밴더빌트대·듀크대 등 대학 기금이 알토스의 6호 펀드 출자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국부펀드도 주요 출자자로 펀드에 자금을 보탰다.
향후 국내 기업들의 알토스 펀드 참여도 예상된다. 알토스벤처스 펀드의 기존 국내 출자자로는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와 카카오(035720)·GS리테일(007070)·SBS콘텐츠허브(046140)·에이티넘파트너스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국내 기관들이 후속 KOF에 자금 출자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알토스벤처스는 한킴·남호 공동대표와 앤서니 리 매니징디렉터가 KOF 6호의 대표 펀드매니저로서 펀드 운용의 전면에 나선다. 또 국내 상주 인력인 박희은·오문석 파트너 등도 투자 기업 선정 등을 도울 예정이다. 펀드의 만기는 12년으로 설정됐으며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2037년까지는 투자금 회수 압박 없이 지속적으로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이어나갈 수 있는 셈이다.
알토스벤처스의 KOF 6호가 5억 달러의 약정액뿐 아니라 향후 추가 조성될 자금까지 모두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유망 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은 향후 적잖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알토스벤처스가 해외에서 민간자금으로만 대규모 한국 투자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알토스 측이 투자해 소위 잭팟을 터뜨린 대표 사례만도 쿠팡과 배달의민족·하이퍼커넥트·크래프톤·29CM 등이 있다. 또 알토스 측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당근마켓·직방·크림 등에 초기 투자자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수년간 투자 원금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 규모의 자금 회수를 예상하고 있다.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그동안 출자자로 참여해준 곳들이 재참여를 결정하면서 펀드 결성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