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소액생계비대출 70만원에 신용점수 73점 깎였다

사전안내 없이 두달후 일괄하향

1만원당 1점꼴…저신용자 '분통'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출 안 받았다"

사진 제공=저신용자 커뮤니티 화면 캡쳐사진 제공=저신용자 커뮤니티 화면 캡쳐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자에게 최대 100만 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관련 정보가 출시 2개월이 지난 지난달 말에서야 신용정보원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신용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차주들은 “한두 달이 지나도 신용점수에 변동이 없어 하락할 줄 몰랐다”며 서민금융진흥원이 상담 시 제대로 된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평가(CB)사들은 올해 3월 27일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은 차주 약 4만 4000명의 신용점수를 5월 말 일괄 하향 조정했다. 통상 대출이 실행되면 일주일 안에 신용점수가 조정되는데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첫날 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에는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신용점수가 떨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차주들의 신용점수는 대출액 1만 원당 1점꼴로 떨어지기도 했다. 소액생계비대출 70만 원에 신용점수가 KCB 기준 73점이 떨어진 사례도 발생했다.

저신용자 A씨의 경우 최근 전세대출 연장 심사를 받기 위해 신용점수를 확인했다가 자신의 신용점수가 40점 하락해 500점대에서 400점대로 내려간 것을 발견했다. 4월 말 소액생계비대출 50만 원을 받은 것이 한 달 후에야 신용점수에 반영되면서다. A씨는 “고작 대출 50만 원에 신용점수가 40점이나 떨어질 줄 알았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신용점수가 뒤늦게 무더기로 떨어진 건 서민금융진흥원이 5월 말께야 관련 정보를 신용정보원에 넘겼기 때문이다. 신정원 관계자는 “원래는 대출 시행 후 바로 데이터가 들어와야 하는 것이 맞는데 서금원의 경우에는 시스템 개발이 5월 말에 끝나서 그 이후부터 공유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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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11일 서금원은 직접 대출에 나선 것이 처음인 만큼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신정원 제재금부과규약에 따르면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거나 신정원에 신규로 가입한 기관은 최대 3개월까지 신용정보 등록을 유예할 수 있다. 서금원 관계자는 “대출을 받으면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만큼 (늦게 반영될 수 있단 것이) 의무 고지 사항은 아니다”라며 “귀책 사유는 있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신용정보 등재가 바로바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간 신용 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저신용자들은 대출 당시에 제대로 된 안내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신용점수 600점을 기준으로 이용 가능한 대출에 큰 차이가 생기는 만큼 저신용자일수록 신용점수가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 소액생계비대출 차주는 “KCB 기준 12점이 떨어졌는데 소액후불결제 한도가 2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조정돼 신용카드 한도도 떨어질까 두렵다”며 “급한 상황에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았지만 여러 타격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4월 초 소액생계비대출로 50만 원을 빌렸다가 최근 신용점수가 41점 떨어진 한 차주는 “서금원이 제대로 안내를 했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말 어렵게 신용도를 올렸는데 50만 원에 이렇게 (신용점수가) 떨어지니 한숨만 나온다”고 호소했다. 일반 대출 상품과 달리 대출이 실행되고도 한 달 넘게 신용점수에 변동이 없어 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책금융상품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저신용자는 “신용점수가 대부업 대출을 받을 때처럼 떨어지는 것 같다”며 “신용점수가 크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서금원 관계자는 “애초에 소액생계비대출 대상자는 모든 대출이 막히거나 연체 상태에 빠진 저신용자”라며 “신용점수 하락보다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금원에 따르면 3월 말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직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두 달 동안 몰린 차주 수는 총 4만 3549명으로 당초 정부가 마련한 재원 1000억 원의 3분의 1가량인 268억 원이 소진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평점이 하위 20%(KCB 기준 700점 이하)면서 연소득이 3500만 원 이하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리는 연 15.9%(1년 만기 일시상환)로 성실 상환 시에는 금리가 최저 연 9.9%로 인하될 수 있다.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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