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한국형 바칼로레아(KB)’가 첫발을 뗀다. 올해 말까지 초·중학교 20곳을 IB ‘탐색학교’로 운영하고 이들 중 희망학교는 내년부터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의 IB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다만 사교육 팽창 등 부작용을 우려해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IB 도입은 KB 구상에서 빠졌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관내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IB 탐색학교 모집’ 관련 공문을 안내했다. 탐색학교는 IBO가 개발한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기에 앞서 IB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하고 탐색해보는 일종의 예비학교다. IBO의 IB는 ‘관심-후보-인증학교’ 등 3단계 인증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본격 인증 절차 이전에 서울시교육청만의 예비과정을 두겠다는 의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중 초등학교 10개교, 중학교 10개교 등 총 20개교의 탐색학교를 지정할 예정이다. 탐색학교는 자체적으로 IB에 대해 연구하고 수업이나 평가에도 적용해보는 수업평가 활동을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당 1500만 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탐색학교 가운데 희망 학교는 내년부터 IBO의 IB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최종 3단계 인증까지 이뤄질 경우 2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기간 동안 쌓은 IB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KB 개발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고등학교 단계의 IB 도입은 서울시교육청 구상에서 빠졌다. 현재 경북과 제주에서는 대입과 연계되는 고등학교 프로그램인 IB 디플로마(DP)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등 다른 시도교육청도 우선 초·중학교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추후에는 고등학교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 단계에서 IB를 도입할 경우 대입과 연계한 사교육 팽창과 학교 서열화 등 부작용 우려가 있어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3선 출마를 선언하며 IB 방법론을 과감히 수용해 KB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창의·융합적 인재 양성을 위해 IB를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시교육청만의 KB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0억여 원의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IB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의 접점이 있을 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이 추구해 온 교수학습 평가 혁신과도 교집합이 있다”며 “KB 구축 전 IB를 통해 미래교육 체제를 탐색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