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국가정체성의 재확립이 지금 더욱 중요한 이유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美·中사이 균형 외교" 따르다간

이솝우화 속 박쥐신세 되기 십상

'자유' 기반한 가치외교 유지해야

'한국에 대한 신뢰' 쌓을 수 있어






최근 들어 윤석열 정부의 한국 외교가 활기를 띠며 진행되고 있다. 3월 중순의 한일정상회담에서 시작된 한일 간 셔틀외교, 4월 하순의 한미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 일본 히로시마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와 그에 따른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그리고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재선임.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에 즈음해 한국 외교가 이러한 행보를 보인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명확히 밝힌 한국의 국가 정체성이라고 하겠다. 윤석열 정부하에서의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법질서 유지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가치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주장이 한국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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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꾸준히 제기된다. 가치외교와 그에 기반한 현상 변경 반대 표명이 한국의 최인접국이며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을 제치고 미국에의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초래해 한국에 안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힘의 정치가 다시금 고개를 드는 작금의 전환기적 국제 질서 속에서는 이러한 어정쩡한 균형잡기가 이솝우화의 박쥐 신세를 초래하기 십상임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성과가 국내 정치적으로 이권 연대화돼 사리 분별보다는 이권에 의해 분열이 조장되기 때문이라고 하겠는데, 국가적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외교를 이러한 포퓰리즘적 국내 정치 양상에 기대 방치하기에는 현재의 국제 정세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가치외교에 기반한 국가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것에 의리와 실리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의리란 한국이 해방 후 오늘날과 같은 국력과 위상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전후의 국제 질서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에 그 질서의 유지가 이치에 맞으며 올바르게 되갚는 길이라는 의미다. 이를 단순한 명분이라고도 하겠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보듯이 명분은 정당성이기도 하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 실리는 앞으로의 성장 및 발전의 여지가 여전히 그 질서의 유지에 기인할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나타나는 무역 퇴조 등의 경제 위기 신호들은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에 따른 세계경제의 흐름과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진통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요즈음 20~30대의 젊은 세대가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내는 중국에 대한 반감은 어떠한 위압이나 조작에 의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등에 대한 중국의 대처를 보면서 중국식 민주주의의 실체를 알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며 형성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한국의 국가 정체성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러한 측면은 또 앞으로 겪을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어떻게 활력 있고 매력적인 글로벌 국가를 구축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장기적 실리와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올 5월의 G7 회의는 대중 정책과 관련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단순한 언어유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중국을 무조건 외면할 수 있는 국가들이 많지 않고 세계경제에 있어서도 손실이 되겠지만, 중국적 가치를 내세우며 공세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을 어떻게 현상 변경이 아닌 현상 순응적이 되도록 할 것인가가 거의 모든 국가들의 과제다. 가치외교는 이러한 디리스킹의 제시처럼 유연성을 내포한다. 일관되지만 유연한 가치외교의 기조 유지가 중국을 포함한 국가 간 관계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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