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원대 배상금을 조달하기 위해 M캐피탈로부터 고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빌렸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국내 사모펀드(PEF)의 도움을 받아 대출금을 갚는다. 국내 1세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H&Q코리아(이하 H&Q)가 최대 3000억 원을 투자해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부 지분을 확보하면서 현 회장의 자금 물꼬를 터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PEF가 추구하는 수익률 또한 낮지 않은 만큼 현대그룹은 앞으로 일정 수익을 H&Q에 사실상 보장해 줘야 한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 측은 H&Q로부터 최대 3000억 원을 투자받아 M캐피탈에서 빌린 대출금 전액을 상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룹 계열사의 지분 일부를 H&Q가 인수하면서 추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일정 가격으로 사는 조건)을 보장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현 회장은 M캐피탈로부터 연 12%의 금리로 2300억 원을 조달했다.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017800)터 주식 319만6209주(지분율 7.83%)와 현대네트워크 보유 주식 433만1171주(10.61%)를 담보로 한 4개월 만기의 주식담보대출이었다. 현대네트워크는 현 회장(91.3%) 및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 자금으로 현 회장은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면서 2000억 원이 넘는 현대엘리터에 대한 배상금 및 지연 이자를 완납했다. 지난 3월 대법원이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현 회장에 17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조기에 배상금을 지급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조만간 사모펀드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M캐피탈에서 빌린 자금이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인데다 만기가 8월 11일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수의 국내 사모펀드들이 현대엘리비에터의 투자 의사를 전달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H&Q와 손잡기로 최종 결정했다. H&Q의 일동제약, 한라그룹, HK이노엔 등에 대한 투자한 이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H&Q는 그동안 기업 오너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호적 투자자로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어주는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