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장한나의 지휘…브루스 리우와 완벽호흡

내한공연 '빈 심포니'와 무대 올라

리우의 유려한 피아노 연주 지휘

지휘자 장한나. 사진 제공= WCN ⓒOle Wuttudal지휘자 장한나. 사진 제공= WCN ⓒOle Wuttudal




빈 심포니. 사진 제공= WCN ⓒStefan Olah빈 심포니. 사진 제공= WCN ⓒStefan Olah


1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이 끝난 후 박수를 받고 있는 지휘자 장한나와 빈 심포니. 사진=박민주 기자1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이 끝난 후 박수를 받고 있는 지휘자 장한나와 빈 심포니. 사진=박민주 기자


“부천에서 어머니가 태어나셨고 외할머니가 지금도 살고 계세요. 저도 부천의 딸이 아닌가 싶어요.”

13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빈 심포니의 지휘대에 선 지휘자 장한나(41)는 공연을 마치고 “부천아트센터가 생긴 것을 축하드린다”며 관객을 향해 장난스러운 소감을 남겼다. 간결하지만 힘 있는 지휘로 베토벤의 음악에 강하게 몰입된 모습을 보여주고 난 이후였다.



장한나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광주·대구·부천·서울에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빈 심포니와 무대를 올렸다. 빈 심포니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등 작품을 초연하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소속됐던 역사적인 악단이다. 장한나와 빈 심포니의 인연은 지난해 시작됐다. 빈 심포니의 내한 공연에서 지휘가 예정돼 있던 필리프 조르당이 코로나19에 확진되자 장한나가 급하게 대타로 투입됐던 것이다. 짧은 연습 시간에도 불구하고 장한나와 빈 심포니는 훌륭하게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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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사진 제공= WCN ⓒYanzhang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사진 제공= WCN ⓒYanzhang


이날 공연에는 조성진에 이어 2021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가 함께 했다. 장한나의 지휘로 빈 심포니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리우는 깨끗한 페달링과 자유로운 강약 조절로 유려한 연주를 선보였다. 1악장에서 피아노의 카덴차가 길게 이어지자 장내는 순간 집중 속의 고요가 이어졌다. 쏟아지는 박수 세례에 수줍게 웃던 그는 앵콜 곡으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와 한국의 ‘아리랑’을 연주했다. 라 캄파넬라의 화려한 연주 끝엔 우레와 같은 호응이 돌아왔다. 이어 아르페지오 반주에 맞춰 짧지만 부드럽게 연주되는 아리랑 가락으로 공연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어 빈 심포니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했다. 장한나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지휘자로서 스승인 로린 마젤에게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지휘하는 영상을 보내 가르침을 받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휘자로서의 인생을 열어준 곡답게 천상에서 영웅이 내려오듯 웅장함을 담아낸 무대가 돌아왔다. 관악기의 풍성함이 무대를 뒷받침한 것이 눈에 띄었다. 장한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요한 슈트라우스의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하는 주법) 폴카’로 앵콜 곡을 들려주며 130여 분의 공연을 마쳤다. 화려했던 본 공연과 달리 나지막하게 시작된 폴카는 잔잔한 감동을 줬다. 장한나는 공연장을 골고루 돌아보면서 손을 흔들고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새롭게 개관한 부천아트센터의 명징한 음향이 공연의 전달력을 높인 무대였다.

장한나는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천재 첼리스트’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 여성 지휘자들은 ‘금녀’의 구역이었던 전 세계 악단 지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7년 지휘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장한나도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 지휘자로 꼽힌다. 그는 2017년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지난해에는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로 임명됐다.


부천=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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