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45조 4000억 원 적자(4월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며 잡았던 연 58조 원 적자의 78%에 해당한다. 중앙정부 채무도 전월보다 19조 1000억 원 증가한 1072조 7000억 원(4월 기준)에 달했다.
15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 동향 6월호’에 따르면 4월 말 누계 총수입은 1년 전보다 34조 1000억 원 감소한 211조 8000억 원, 총지출은 26조 5000억 원 줄어든 240조 8000억 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29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5조 4000억 원 적자였다. 올해 전체 관리재정수지로 58조 원의 적자를 예상했는데 4개월 만에 벌써 78% 수준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흐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정 운용의 폭이 더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적자 폭이 직전 월 54조 원에서 줄어들기는 했지만 통상 4월은 부가가치세가 들어와 관리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상황이 좋지 않다.
불어난 재정적자의 배경에는 크게 감소한 국세 수입이 있다. 정부가 4월까지 세금으로 거둬들인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1년 전보다 33조 9000억 원이나 줄었다. 국세 수입 진도율은 33.5%로 전년 동기(42.4%)보다 8.9%포인트 낮다. 세외수입 역시 한은 잉여금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 8000억 원이나 줄었다. 반면 기금 수입은 보험료 수입 증가로 1년 전보다 3조 6000억 원 늘었다.
부족한 재정은 빚으로 메우고 있다. 4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보다 19조 1000억 원 증가한 1072조 7000억 원이다. 지난해 결산 채무(1033조 4000억 원)와 비교하면 4개월 만에 빚이 39조 3000억 원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정부 채무 34조 2000억 원을 더하면 국가채무는 1106조 9000억 원인데 올해 말 나랏빚 예상치인 1134조 4000억 원까지 30조 원도 남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의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법인·자산세 부진 등 세수 펑크에다 추경 등 총선용 표퓰리즘 정책까지 고려하면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 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관리재정수지는 2020년 이후 3년 연속으로 100조 원 수준의 적자가 이어졌다. 국가 채무도 매년 100조 원씩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재정준칙은 국회에서 잠들어있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달 중 기재위를 넘지 못하면 (재정준칙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