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에 재 뿌리기'라는 말이 이토록 적절한 예가 있을까. 지난해 5월, 김새론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고 이 사태로 인해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이 기울인 노력으로 '사냥개들'은 공개되며 화제에 올랐고, 동시에 김새론이 작품에 끼친 피해 또한 재조명됐다.
◆ 음주운전자의 카레이싱 액션이라니...집중 불가 시퀀스
'사냥개들'은 코로나 사태를 배경으로 힘이 없는 약자들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복서 동료인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이 힘을 모으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김새론이 연기한 현주라는 인물은 건우와 우진이 쌓아 올리는 기본 서사에 있어 뼈대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이기에 논란으로 인해 분량을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1화부터 6화까지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이런 점들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음주운전자 김새론의 카레이싱 액션을 봐야 한다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아이러니한 액션신들은 작품 몰입을 방해했다. 김새론이 아무리 멋지게 핸들을 꺾어도 음주운전으로 변압기에 돌진하던 과거처럼 '어딘가를 들이받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설 뿐이었다.
◆ 7화부터 정다은으로 교체됐지만...바스러진 서사
작전에 실패한 현주는 충격으로 인해 급작스러운 도피를 선택한다. 한국에 있으면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로마로 훌쩍 떠나버린다. 그렇게 하차한 김새론을 대신해 후반부를 채워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했고 시나리오에는 운전기사 인묵(민경진)의 손녀 다민(정다은)이 급하게 추가됐다. 하지만 아무런 전사 없이 툭 튀어나온 캐릭터는 오히려 극의 흐름을 산만하게 만들 뿐이었다.
거기에 단지 할아버지를 구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현장에 냅다 활을 쏘러 달려나가는 소녀라는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사냥개들'은 7화부터 개연성이 무너진다는 평이 흘러나왔다. 어찌어찌 우도환과 이상이의 복수혈전은 마무리 지었지만 시청자들이 결말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 하지만 잘 싸웠다... 우도환, 이상이, 그리고 김주환 감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개들'은 뒷심을 발휘했다. 그 배경에는 김새론 사태가 터졌을 때 정신을 다잡은 김주환 감독, 그리고 메인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배우 우도환과 이상이가 그려낸 빛나는 브로맨스 연기가 있었다. 논란으로 인해 작품 공개마저도 미지수인 혼란 속에서 시나리오를 다시 쓰고 액션신을 보강했다. 개연성은 낮아졌어도, 박진감은 줄지 않았다. 그렇게 공개된 '사냥개들', 그 노고를 보답하듯 지난 16일 넷플릭스 TV 쇼 부문 글로벌 1위를 거머쥐었다. 시즌 2가 기대되지만 아직 어떠한 제작 소식도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자를 떠나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은 하나다. 어렵게 지켜낸 작품인 만큼, 성공한 시리즈인 만큼, 이제부터는 변수에 휘말릴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사냥개들'은 김주환 감독이 그려낸 브로맨스 중 가장 인상적일 정도의 명작이다. 그러기에 로마로 간 현주가 그저 다시 돌아오지 않길, 그가 운전대를 다시 잡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굳이 돈 주고 작품 속에서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