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중(62)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트럭에 치여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경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주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송파구 풍납동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사고 당일 새벽까지 응급수술을 한 주 교수는 집에 잠시 귀가했다가 자전거를 타고 병원으로 출근하는 길에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교수는 의료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울산의대 흉부외과 교수이자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대동맥질환센터 소장이기도 한 그는 응급수술에 대비해 병원에서 10분 거리에 살면서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
주 교수는 지난 2020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고난도의 수술이 필요한 대동맥 박리(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발생하는 질환)의 수술 성공률을 98%까지 끌어올린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주 교수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 교수야말로 대동맥·심장 수술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의 노력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일궈낸 진정으로 위대한 인물”이라며 “국내 대동맥수술의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낼 수 없는 인재 중의 인재”라고 말했다.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 병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이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주 교수에게 치료받은 환자들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추모글을 올렸다. 누리꾼 A 씨는 부친이 18년 전 주 교수의 수술 및 진료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주 교수가) 많은 이들을 허망한 죽음에서 살려주시고 본인은 허망하게 가셨다”고 했다.
그는 “정말 생뚱맞게 회진시간이 아닌 새벽시간이나 아무 때나 출몰하시면서 환자를 돌보셨다. 크리스마스날도, 연말연시 명절 새벽에도, 그냥 병원에서 숙식하며 사시는 분인가 느껴질 정도로 환자에게 열정적이셨던 분으로 기억한다”며 “저희 아버지가 패혈증 증세까지 나타나 악화되셨을 때는 정식 회진 말고 혼자서 수시로 오셨다”고 주 교수를 회상했다.
A 씨는 “어느 분이 댓글에 '저승사자와 멱살잡고 싸우시던 분'이라고 말씀하시던데”라며 “지금까지 수백 수천명을 살리셨고, 앞으로도 수천명을 살리셔야 할 분이 이렇게 떠나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추모했다.
주 교수의 빈소는 18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발인은 2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