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1억 원을 웃도는 수입 럭셔리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벤틀리 같은 일부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중국과 일본을 모두 제쳐 한국이 럭셔리카의 선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입차 27%가 1억 이상 모델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팔린 수입차 가운데 가격이 1억 원 넘는 수입차는 2만 8782대로 전체의 27.6%를 차지했다. 지난달까지 팔린 수입차 4대 중 1대 이상이 고가 차종인 셈이다.
수입 럭셔리카는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에서 1억 원 이상 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까지만 해도 11%에 그쳤지만 2020년 15%, 2021년 23%에 이어 지난해에는 25%까지 높아졌다. KAIDA 통계에는 회원사가 아닌 테슬라의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1억 4000만 원이 넘는 ‘모델X’ 등의 판매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입 럭셔리카 판매량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
포르쉐·벤틀리 등 슈퍼카 브랜드 ‘급성장’
슈퍼카 브랜드의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마칸을 제외한 모든 차종이 1억 원 이상인 포르쉐는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이 이미 50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늘어난 수치다. 현 추세를 연말까지 유지하면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포르쉐뿐 아니라 △벤틀리 292대(11%) △람보르기니 143대(26%) △롤스로이스 111대(10%) 등 대당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 브랜드 모두 전년보다 판매량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벤츠 S클래스 작년 1.3만대 팔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주요 수입차 제조사의 플래그십 모델도 인기를 누리며 럭셔리카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탰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대표적이다. S클래스는 대당 1억 원이 넘는 가격에도 지난 한 해 동안 1만 3000대 넘게 판매되며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모델 3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S클래스는 4700대에 육박한 판매 실적을 보였다.
럭셔리카의 인기는 높아진 소득 수준, 자동차로 경제력을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 등 복합적인 원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등 고급 국산차 모델의 가격이 높아진 반면 수입차 업계가 리스나 할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럭셔리카의 구매 문턱을 낮췄다는 분석도 있다.
韓에 신차 우선 출시…고객 행사 마련
럭셔리카 시장이 성장하자 수입차 제조사들도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나서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스펙터’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국내에서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펙터는 시작 가격이 6억 2200만 원인 럭셔리 전기차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스펙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전 주문 실적을 거뒀다”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페라리는 브랜드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 행사 ‘우니베르소 페라리’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었으며 벤틀리 역시 플래그십 스토어인 벤틀리큐브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