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회선이 3000만 개를 넘어서고 전체 이통 회선도 연내 8000만 개 돌파가 확실시될 정도로만 확대되고 있지만 통신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회선 수가 차량 등 사물인터넷(IoT) 위주로 늘어나며 정작 ‘캐시카우’인 휴대전화(핸드셋) 회선이 감소 추세인 탓이다. 전체 휴대전화 회선 감소 속에서도 알뜰폰(MVNO)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통신사 실적을 이끌어온 5G 가입자 전환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5G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통신3사 성장 잠재력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이동통신 회선은 총 7879만2264개로 1년 전보다 5.9% 늘었다. 같은 기간 5G 회선 또한 3002만 개로 27.9% 증가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내달, 늦어도 8월에는 총 회선 8000만 개 돌파가 유력하다.
전체 회선 수 증가는 태블릿·웨어러블 등 가입자 기반 단말과 차량 등 IoT 회선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4월 1794만6314개에 불과했던 가입자 기반 단말·IoT 회선은 올 4월 2187만9995개로 21.9% 증가했다. 반면 휴대전화 회선은 도리어 감소 추세다. 올 4월 일반 가입자용 휴대전화 회선은 총 5590만6490개로 1년 전보다는 0.74% 늘었지만 2019년 말 5612만3014개보다는 소폭 줄었다. 통신업계는 단기적인 증감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휴대전화 회선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휴대전화 회선도 줄어드는 것이다.
휴대전화 회선이 서서히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알뜰폰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4월 알뜰폰 회선은 778만5411개로 1년 새 19.9% 증가, 통신3사 회선을 잠식했다. 같은 기간 통신3사 휴대전화 회선은 4811만1079개로 1.8% 줄었다. 정부가 알뜰폰 진흥책을 본격적으로 펼진 올 들어서는 알뜰폰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통신3사 회선은 빠르게 감소 중이다.
이에 따라 통신3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회선 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입자 기반 단말·IoT 회선은 가입자 당 매출(ARPU)가 낮다. 실제 비싼 5G 회선 증가에도 통신3사 ARPU에 큰 변동이 없거나 도리어 감소 추세인 이유는 저렴한 가입자 기반 단말·IoT 회선이 빠르게 늘어 평균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단가가 저렴한 회선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이 높은 휴대전화 회선은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3사 수익 개선을 이끄는 것은 5G 가입자 증가다. 통신3사는 지난해 4조4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들어 5G 회선이 3000만 개를 넘어서며 전환 속도가 느려지고 수익성도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1년 전 5G 회선은 매달 60만 개 이상 늘었지만 올 4월에는 40만 개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회선은 절대다수가 휴대전화여서 가입자 증가세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5G 가입자 증가는 달갑지만 ‘한계치’가 명확해 잠재력은 다해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5G 중간·청년·시니어 요금제 출시 또한 통신사들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소다.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5G 요금제가 다양해지며 100GB(기가바이트) 이상을 사용하던 가입자들이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옮겨가면 ARPU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어도 알뜰폰 성장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고 휴대전화 회선 감소 또한 피할 수 없다”며 “현 추세대로라면 통신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