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올 1월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다양한 분야로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답례품 지급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사업에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해 고령사랑기부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광주시 동구청은 전국 최초로 기부자와 지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향사랑기금사업’를 발표했다. 첫 번째 사업로는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1935년 개관해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을 활용해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근현대 문화자원 등록, 시설 개선, 인문학 사업 등을 통해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사업은 지역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ET(East Tigers)야구단이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운영비를 지원하고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제약 없이 스포츠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실내 야구장 조성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꿈과 재능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004섬’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은 세계자연유산인 신안 갯벌 지키기 프로젝트와 빈집을 활용한 문화 재생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낙도 지역 의료와 생활편의시설 지원 등 신안군만의 기금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이 고향의 미래를 바꾸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청년 지원 사업을 벌인다. 청년 공유주택을 지어 젊은 동네로 바꾸는 데 쓰기로 했다. 집이 없거나 구할 여력이 안 되는 청년에게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동구는 올해 말까지 기부금을 받아 내년부터 청년에게 제공할 원룸, 빌라 등을 사들이 뒤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시는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은 기금을 해안 쓰레기를 줍는 ‘해변 보멍 줍깅 프로젝트’를 1호 사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해변 보멍 줍깅은 ‘해변을 보며 줍는다’는 뜻으로 자원봉사자, 관광객, 도민이 제주 해안변을 걸으며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고향사랑기부금 총 1억 원이 쓰인다. 도는 이 사업으로 남방큰돌고래 등 해양생물을 보호하고 청정한 제주 바다를 지키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충남 청양군은 취약계층을 위한 식품 꾸러미 지원, 난방시설 보수, 오래된 집 수리, 청소년 디지털 역량 강화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청양군과 같이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용처를 발굴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바람이 더해지면서 활용 방안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관한 법률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 참여와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맞춰 많은 지자체가 올해 안에 사용처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아직 사용처를 확정하지 못한 일부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방안을 선정하는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 전남 나주시·장성군·무안군·보성군, 충북 영동군·괴산군, 충남 공주시, 강원 정선군 이 사용처를 확정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고 있다. 부산시와 대구시 등은 올 하반기 안으로 사용처를 정해 내년부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시의 한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모금된 기부금을 답례품 외에 어떤 분야에 활용할지가 지자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존 지자체 예산에서 소외된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십분 살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