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2차전지 등 주요 첨단 기술을 보유한 우량기업에 특례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다음달 발표하기로 했다. 최근 경기 둔화로 벤처투자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이들의 자금 모집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본시장연구원, 벤처캐피탈협회, 바이오협회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음 달까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술특례상장제도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고 20일 밝혔다. TF는 지난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술기업의 자금조달 현황과 개선 방향을 논의한 것을 시작으로 매주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기술특례상장은 재무적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일반 기업의 상장과 달리 복수의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나 상장주선인인 증권사의 성장성 평가가 있는 경우 질적 요건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정부는 우선 그간 특례상장을 위해 복수의 기술평가를 받는 데 따른 비용·시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우량기업에 한해 기술평가를 하나만 받아도 되게끔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첨단 기술의 기준은 반도체·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과 비슷한 선에서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이후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점도 문제로 보고 두 기관 간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중견기업 이상 회사의 자회사가 되면 특례상장이 제한되는 현 규제를 푸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벤처투자와 기술기업 상장 감소는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첨단 기술과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절박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아울러 기술평가나 상장심사 때 기술·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한국거래소 핵심 성과 지표(KPI)도 개선하기로 했다. 상장에 실패한 기업에 미승인 사유를 적극적으로 알려줘 재도전을 지원하는 방안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상장 이후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술기업의 실적·기술개발 현황 등에 대한 공시를 점검한다. 기술 상장을 주선하는 상장 주관사에 대해서도 과거 실적 등에 대한 공시와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
이 처장은 특례상장 진입 장벽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자격이 안 되는 기업까지 상장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을 알리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목적으로 이달 21일 서울 논현동 아세아타워를 시작으로 23일 충북 오송, 30일 경기 용인, 다음달 10일 경기 판교, 12일 경북 구미, 20일 전북 익산 등에서 기술특례상장 설명회를 연이어 개최하기로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1분기 벤처투자 액수는 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3% 감소했다. 벤처펀드 결성도 78.6% 줄어든 6000억 원에 불과했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