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野 따낸 예산도 방치하면서 '습관성 빚 잔치'…재정만 골병 든다

■'예산 방만' 드러난 文정부

민주당 집권 5년간 10차례 추경

총선 다가오자 또 다시 추경 주장

尹정부 우선순위 낮은 사업 정리

개소세 인하 종료 등 감세도 원복

전문가들 "稅 부담 늘리지 말고

규제 개선·지출 구조조정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정부를 향해 35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라며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의 예산 난맥상은 나랏돈이 얼마나 방만하고 허술하게 운용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5년간 예산 집행률 50% 미만 사업이 넘쳐 10조 원의 예산 불용이 발생한 점, 예산을 절반도 쓰지 못한 사업도 1000건에 육박한 점 등이 생생한 증거다. 5년간 10번의 추경 편성이 무색할 지경이다.








심지어 5년 내내 집행이 0%인 사업도 적지 않았다. 북한인권재단 예산, 흑산도 소형 공항 신설 예산 등이 그런 예인데 한마디로 생색내기용 예산이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도 이런 식의 쪽지 예산, 표를 사기 위한 선심성 예산 수요가 빗발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예산 편성부터 집행까지 구멍이 숭숭 뚫렸고 이런 미스매치는 추경이라는 요술방망이로 손쉽게 메웠다. 그 결과가 1073조 원(4월 기준)의 국가채무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당은 이날도 추경 카드를 꺼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취약 계층 및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 추경,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경기는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데 세수마저 부족하니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야당의 이런 주장은 선후가 잘못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단 불용 예산의 다른 사업으로의 전용, 기금 여유 재원 활용, 지난해 안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활용 등 지출 구조조정 등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경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 가만히 있어도 재정 건전성이 더 위험해진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추경은)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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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임 정부 예산 집행에서 난맥상이 확인된 만큼 사업 진행이 느린 예산은 필수 사업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만큼 불용 예산에 대한 재정 당국의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에서는 추경보다 우선순위가 낮은 재량지출 사업을 정리해 예산을 확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도 “예산 진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업들이 많다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사업을 늘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로서는 정치적인 예산이 끼어들게 하는 것보다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옥석 가리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대비 34조 원(4월 기준) 줄어든 세수에 대응하기 위해 인하했던 세금을 원상복구시키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당장 자동차를 살 때 세금을 깎아줬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이달 말 종료된다. 5%에서 3.5%로 낮췄던 개소세가 5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세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에 다음 달 1일부터 출고되는 국산차에 대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종전보다 18% 낮추기로 했다.

개소세 원상복구와 맞물려 8월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도 주목되고 있다. 4월 말 종료를 앞두고 국제유가 등에 따른 물가 부담 우려에 4개월을 다시 연장했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로 지난해에만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관련 세수가 5조 5000억 원 감소했다는 점에서 종료 가능성이 높다. 물가도 안정세를 찾아 정부로서는 부담을 덜었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표를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60%로 낮췄지만 이를 다시 80%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공시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여도 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양 교수는 “추경을 통해 국민 부담을 늘리기보다는 경기 활성화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며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진도율이 낮은 사업의 지속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인하한 세금의 원상복구를 통해 세수 부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선거 국면이 본격화될수록 여야 모두 추경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낡은 세제 정비와 규제 개선 등을 통해 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종=송종호 기자·세종=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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