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는 제도의 첫 적용을 앞두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시큐센과 알멕이 10조 원에 이르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디지털 보안 전문 기업 시큐센은 이틀간 일반 청약을 진행한 결과 최종 경쟁률이 1932.1 대 1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모니터랩(434480)의 청약 경쟁률 1785 대 1을 뛰어넘은 올 최고 기록이다. 청약액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증거금은 약 1조 4100억 원이 들어왔으며 청약 건수는 17만 189건에 달했다.
상장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균등 배정 주식 수는 약 1.4주로 최소 청약 주식 수(50주) 이상 청약한 투자자는 확률에 따라 1주 혹은 2주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시큐센은 14~15일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올 최고 경쟁률인 1801 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가격 범위(2000~2400원)의 상단보다 높은 3000원에 확정했다.
시큐센과 함께 공모 일정을 진행한 알루미늄 소재 전문 기업 알멕도 이날 최종 경쟁률 1355.6 대 1로 청약을 마무리했다. 최근 기업공개 (IPO) 시장에서 흔치 않은 500억 원의 중형급 공모 규모를 자랑하면서 증거금도 약 8조 4700억 원이 쏟아졌다. 지난달 9조 8215억 원의 증거금을 모은 기가비스(420770)에 이어 공모 규모로는 올 들어 두 번째로 컸으며 청약 건수도 37만 2820건을 기록했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에 따르면 균등 배정 주식 수는 약 0.3주인데 최소 청약 주식 수(10주) 이상 청약한 투자자들 중 약 30%만 1주를 받고 나머지는 균등 배정 물량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알멕도 수요예측 때 공모가를 희망 범위(4만~4만 5000원) 상단을 초과한 5만 원에 확정하면서 엄청난 투자 수요를 예고했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식을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환매청구권이 6개월간 보장된다는 점도 알멕 공모주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시큐센과 알멕을 주목하는 건 이들 기업이 26일 새롭게 적용되는 상장일 기준 가격결정방법의 수혜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내기주들은 공모가의 90~200%에서 시초가를 결정하고 이를 기준가격으로 당일 -30~30%의 가격제한폭을 적용하는데 26일부터는 시초가 개념이 사라지고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변경된다.
일반 기업 IPO 중 맨 먼저 시험대에 오르는 시큐센은 코스닥 상장 첫날인 29일 최대 1만 2000원까지 오를 수 있고, 알멕(30일 상장)은 최대 20만 원까지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특히 코넥스시장에서 이전하는 시큐센의 경우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11% 오른 6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9일까지만 해도 3456원이던 주가가 8거래일 만에 두 배 이상 오른 셈인데 시큐센의 상장 당일 주가 상승세를 점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다만 신규 가격 제도가 새내기주의 주가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도입 초기에는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투기성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공모가 대비 40%의 손실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