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미리 구매해 보유 중인 주식 종목을 유튜브, 유·무료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 등에서 매수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은 이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에는 국내 증권사가 주최한 실전 주식 투자대회 1위 수상자, 구독자 55만명을 보유한 주식 유튜버 등도 포함됐다. 이들이 챙긴 것으로 파악된 부당이득액은 현재까지 62억 8000만 원에 달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채희만)는 주식 리딩방 등에서 선행매매 등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 4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자본시장법위반 혐의 등으로 불법 주식 리딩업자(자칭 주식전문가) 2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6명은 모두 주식 리딩방, 주식 방송 등을 운영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리딩방 회원이나 주식방송 시청자인 투자자들을 속칭 ‘물량받이’(선행매매 범행의 피해자)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본인을 비롯한 주가조작 세력들이 미리 매수해 보유 중인 특정 주식 종목을 투자자들에게 적극 매수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특히 양 모(30) 씨와 안 모(30) 씨, 신 모(28)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무료 카카오톡 리딩방 10~20개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이들이 미리 매수해 보유 중이던 28개 종목을 매매 추천해 약 3억 64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양 씨는 경제 관련 TV방송 등에 출연한 적도 있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 증권사가 주최하는 실전 주식 투자대회에서 무료 카카오톡 리딩방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으로 수익률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범행이 발각되면서 수상 자격은 박탈됐다. 결국 양 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고, 안 씨와 신 씨는 올해 2월 28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른바 '슈퍼개미'로 불렸던 김 모(54) 씨는 구독자 5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주식 방송을 운영하면서 5개 주식 종목을 추천해 약 58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거둬들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자신이 미리 매수해 둔 특정 종목에 대해 "(지금은 3만 원이지만) 6만 원, 7만 원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회사"라고 반복적으로 추천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김 씨는 해당 종목을 매도했지만, 이를 숨겼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들이 매도해 짜증난다"며 외국인들이 매도하는 듯한 외관을 형성하기도 했다. 김 씨는 자신의 매도 사실을 숨기기 위해 CFD 계좌를 사용하면서 거래 내역을 감췄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올해 2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투자자들을 모은 뒤 이들을 세력화해 주가조작 범행도구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유료 카카오톡 리딩방을 운영하던 김 모(28) 씨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조작 세력이 특정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 및 경영권 양수도 과정에 개입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해당 회사 주식을 매수해 보유하라"고 권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현 구간에서 주식을 매수한 뒤 매도하지 않고 보유만 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주식이 오르도록) 보내주니 걱정말고 시장가 매수를 하라"거나 "여기 방 물량은 체크해서 사주 측에 얘기하니, 걱정말고 담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의 범행으로 유료 리딩방 회원들이 해당 회사의 유통 가능 주식 물량의 25~30%를 매수하여 보유하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적은 금액으로도 조작이 가능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리딩방 회원들이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주가를 상승시켜 부당 이득을 취득한 주가 조작꾼 세력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
한편, 김 씨의 추천으로 주식을 매매한 유료 리딩방 회원 약 300여명은 모두 15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김 씨가 취득한 부당이득액이 얼마인지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4월 7일 김 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다수의 주식 전문 TV 방송에 출연해 시황을 분석하거나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주식 전문가로 활동해 인지도가 높았던 송 모(37) 씨도 자본시장법 위반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22일 불구속 기소됐다. 송 씨는 자신이 방송에서 추천할 주식 종목을 선행매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친분이 있는 방송작가를 통해 다른 주식방송 출연자가 방송에서 추천할 종목을 미리 알아내 선행매매에 이용하고 주식 리딩방에서도 매매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송 씨는 리딩방 유료회원, 보험회사 고객 등 86명에게 원금보장을 약속하고 그들로부터 약 133억 원의 투자금을 모집해 주식에 투자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연 12%∼주 1%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모집한 투자금 중 일부를 주 25%∼30%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사기꾼에게 투자했다가 수 억 원의 손실을 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손실복구’, ‘단기 고수익 보장’, ‘환불 보장’ 등의 허위 과장 광고에 속아 고가의 주식 리딩 유료회원 서비스에 가입한 후, 불법 주식 리딩을 하는 자칭 주식전문가의 추천을 믿고 주식을 매매했다가 큰 손실을 입게 됐다”며 “기존에 기소된 피고인 5명이 얻은 부당이득에 대하여 모두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고, 피고인 송 씨에 대해서도 기소와 동시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하여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하는 원칙 재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