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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의 케해석] 확신이라는 무기 쥔 다크비, '피크타임'은 이제 시작



가요계에서 주목할 만한 아이돌과 아티스트,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다크비 미니 6집 '아이 니드 럽' 티저 이미지 /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다크비 미니 6집 '아이 니드 럽' 티저 이미지 /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패자부활전'만큼 간절한 대회가 있을까. 실력도 탄탄하고 '짬'도 있지만 여전히 무대가 절실한 아이돌, 코로나19로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이돌, 맥을 잇지 못하고 해체한 아이돌까지, 지난 2월 방영한 JTBC '피크타임'은 절실한 이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크비는 부활을 넘어 새로 태어났다.

그룹 다크비(DKB)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 pLay 스퀘어에서 진행된 미니 6집 ‘아이 니드 러브(I Need Love)’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그룹 다크비(DKB)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 pLay 스퀘어에서 진행된 미니 6집 ‘아이 니드 러브(I Need Love)’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다크비는 지난 14일 미니 6집 '아이 닛 럽(I Need Love)'을 발매했다. '피크타임' 출연과 해외 공연을 병행하며 준비한 귀중한 앨범이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하우스 팝 장르의 곡이다. 미성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발랄한 비트와 직관적인 후렴구에서는 다크비가 의도한 청량함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가사는 멜로디를 더욱 서정적으로 만든다. 무엇보다 서사가 잘 드러난다. '내 맘에 자리 잡은 지독한 이 불안감이 날 잡아끌려 해', '이미 금이 가버린 세상을 난 깨고 나와' 등이 그렇다. 다크비는 현재 확실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으므로, 그들과 잘 맞는 가사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니 6집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서는 '피크타임' 언급이 많았다. 멤버들도 하나같이 '피크타임'에 대한 감사함과, '피크타임'을 통해 얻게 된 자신감을 언급하며 감개무량해했다. 멤버 이찬은 "이번 활동으로 '피크타임'에서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룹 다크비(DKB)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 pLay 스퀘어에서 진행된 미니 6집 ‘아이 니드 러브(I Need Love)’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김규빈 기자그룹 다크비(DKB)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 pLay 스퀘어에서 진행된 미니 6집 ‘아이 니드 러브(I Need Love)’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김규빈 기자


다크비가 '피크타임'을 거듭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망돌 경연 대회'라고 불리는 '피크타임' 이전의 이들은, 정말 '망돌'이었다. '피크타임'에 출연하기 전 발매한 앨범인 미니 5집 'Autumn'은 초동이 4천여 장에 불과했다. 초동이 십만 장, 백만 장 단위로 넘어가는 현재 메이저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 시장과는 다른 세계에 있었던 셈이다.



사실 다크비의 데뷔길은 처음부터 난관이 예상됐다. 이들이 데뷔한 2020년 2월은 코로나19가 국내에 거세게 확산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브레이브걸스 이후 8년 만에 론칭한 보이 그룹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활동 제약을 이길 만큼 화제가 될 순 없었다. 그렇게 2년, 이들은 미니 앨범 5장과 정규 앨범 1장을 발매했다. 부지런한 행보였다. 그러나 인지도는 여전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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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피크타임' 방송 캡처 / 사진=JTBCJTBC '피크타임' 방송 캡처 / 사진=JTBC


그러나 '피크타임' 이후 다크비에게는 새로운 활주로가 열렸다. 최종 순위 4위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케이팝 팬덤에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피크타임' 무대에서 보여진 이들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강강강강 퍼포먼스'다. 한국 아이돌의 유구한 강점인 군무를 정통적으로, 파워풀하게 소화했다. '그루브', '개성', '여유' 등을 추구하는 최근 아이돌 그룹의 유행과는 사뭇 달랐다. 기합이 바짝 들어간 퍼포먼스는 관객을 3분 내내 엄청난 긴장과 몰입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다른 팀원과 함께하는 무대인 '유닛 연합 댄스 무대'에서도 다 크지 멤버들은 단연 눈에 띄었다. 디원과 해리준은 완벽한 퍼포먼스로 분량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라이벌 매치'에서 애프터스쿨의 '뱅!' 무대에 선 준서는 힘 있는 안무로 센터에 설 때마다 환호성을 자아냈다. 파이널 라운드 공연에서 선보인 무대 '터닝 포인트'는 방송 직후 국내 음원 사이트 급상승 차트에 랭크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와 짙은 메이크업, 군무...'강강강강'의 정석인 이 무대는 꾸준히 화제를 몰았고, 다크비는 음악 방송 스페셜 무대까지 서게 됐다.

JTBC '피크타임' 방송 캡처 / 사진=JTBCJTBC '피크타임' 방송 캡처 / 사진=JTBC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다크비는 왜 이번 앨범에서 '강강강강' 콘셉트를 이어가지 않은 걸까. 앞선 무대들에 비하면 다크비의 이번 앨범은 상당히 순한 맛이다. 쩌렁쩌렁한 고음으로 시원함을 안기거나 날카로운 고음으로 곡의 텐션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청량은 청량인데, 어딘가 밍숭맹숭하다. '터닝포인트'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심심할 수 있다.

멤버들도 고민이 많았다. 이번 앨범은 '피크타임'이 끝난 후 선보이는 첫 앨범이다. 다크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앨범인 셈이다. 한창 상승세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모든 선택이 결정적인 한 수였다. 숱한 고민을 거친 끝에 멤버들이 선택한 결론은, '숨 고르기'였다.

다크비 미니 6집 '아이 니드 럽' 뮤직비디오 티저 이미지 /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다크비 미니 6집 '아이 니드 럽' 뮤직비디오 티저 이미지 /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리더 이찬은 앨범을 두고 "앨범의 사진이나 느낌을 봤을 때, 3년 동안 달려온 것을 정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잘 달려왔다고 칭찬해 주는 앨범이다. 그동안 달려오느라 고생했고,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도 처음처럼 잘해보자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앞으로도 쉬지 않고 힘차게 달려 나가기 위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자는 의미를 가진 셈이다.

그렇다고 신보 '아이 니드 럽'이 마냥 심심한 앨범은 아니다. 우선 짙은 메이크업과 화려한 무대 의상을 내려놓은 멤버들의 순수한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다. 퍼포먼스에도 여전한 힘과 각이 느껴진다. 서정적인 가사와 발랄한 멜로디,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다층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이찬은 "그동안 '파워 청량'한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어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이런 콘셉트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다크비의 이번 앨범은 '숨 고르기'이면서 동시에 '변신'이기도 한 셈이다.

다크비 미니 6집 '아이 니드 럽' 티저 이미지 /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다크비 미니 6집 '아이 니드 럽' 티저 이미지 /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다크비의 상승세는 컴백과 동시에 증명되고 있다. '아이 니드 럽'의 음반 판매량은 전작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뛰었다. 전작의 성적이 저조한 것을 감안해도 놀라운 성장세다. 해외 음원 차트에서도 반응이 왔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아이튠즈 월드 와이드 앨범 차트에 진입했으며, 브라질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는 1위에 올랐다. 오는 9월에는 데뷔 후 첫 ‘일본 제프 투어'를 통해 오사카와 도쿄에서 팬들을 만난다.

멤버들의 투지도 그 어느 때보다 불타오른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전에 없던 '확신'이라는 무기가 생겼다. 활동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감과 추진력의 근간을 확보한 셈이다. "'피크타임' 출연 후 무엇보다 확신이 생겼다. 사실 그전에는 저희가 못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분이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계속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대중이 우리를 사랑해 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하는 이찬의 눈에는 미래를 향한 기대가 가득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다크비 스스로가 이뤄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피크타임'에서 다 크지만 편파적으로 우대를 해준 것도 아니었고, 이번 앨범이 전작에 비해 퀄리티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묵묵히 갈고닦은 기량으로 팬덤을 끌어모은 셈이다. 다 크지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실력이 있고, 기회를 놓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 자신을 이긴 자들은 그 어떤 것에도 지지 않는다. 다크비가 앞으로도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부수며 ‘피크타임’을 누리길 기대해 본다.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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