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회장직을 받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교부된 보조금을 방만하게 집행했다는 제보를 받고 자료 수집에 착수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주 영등포구청에 2020~2021년 영등포구장애인체육회의 보조금 사용 실태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장애인 체육문화 발전 기여를 위해 설립된 체육회는 영등포구청장이 당연직으로 회장직을 맡으며, 2020~2021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 재임했을 당시다. 감사원 관계자는 “체육회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며 “제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한 차원의 자료 요구로 감사에 돌입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제보에는 체육행사 개최를 명목으로 수령한 보조금을 경품·생필품 등 구매에 활용하고 이를 일반 시민들에게 살포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현물을 제공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전 선거운동으로 해석돼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
감사원 측은 “현재 시민단체 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거나 관련한 감사 계획을 세운 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민단체의 부정·부패 카르텔 엄단’ 주문과는 다른 맥락에서 발생한 자료 요청이란 설명이지만 전임 구청장의 비위 여부에 따라 ‘시민단체 회계 투명성 개혁’에 동조하는 여론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민간단체의 보조금 부정 사용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안이 심각한 86건은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고, 목적 외 사용이나 내부거래 등 300여건은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