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 내 성소수자 소모임 홍보물의 승인을 보류한 행위는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27일 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교육시설 이용에 차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소속 교직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A대학교 학생들은 성소수자 소모임 부원 모집 홍보물 게시를 승인해줄 것을 대학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A대학 측이 다른 소모임의 경우와는 달리 예민한 사항이라며 승인을 보류하는 등 게시를 승인하지 않았다. 소모임 학생들은 학교 측 행위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A대학 측은 성소수자라는 점을 이유로 게시를 불허한 것이 아니라 소모임 홍보물의 익명 게시, 지도교수의 관리·감독 미비 등에 따른 조치라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A대학이 2022년 게시를 승인한 소모임 홍보물 5건 중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아 게시된 건은 1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승인된 소모임 홍보물 중 1건은 개인정보 기재 없이도 승인된 점을 고려했을 때 피진정인이 다른 소모임과 달리 이 사건 소모임의 홍보물 게시 승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불리한 대우를 했다고 판단했다.
A대학은 또 대학 내 학생단체를 이용하거나 카카오톡 익명 채팅을 이용한 범죄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실명이 확인되는 홍보물의 게시만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학내 ‘게시판 관리 지침’에 따르면 게시물 승인 요청 시 관련 대장에 소속, 이름, 연락처를 기재해야 해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고 봤다. 아울러 성소수자 소모임 홍보물에 개인정보를 기재할 경우 소모임 관계자들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의사에 반하는 ‘아웃팅(outing)’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