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5월 수출금액지수가 8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교역조건이 26개월 연속 악화돼 실질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다만 한국은행은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둔화하면서 6월엔 교역조건 개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5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올해 5월 수출금액지수는 125.7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5%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이다. 운송장비나 전기장비 등이 늘었으나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수출물량지수는 124.71로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하면서 4월(-3.5%) 대비 하락 폭이 축소됐다. 친환경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 물량도 증가하면서 화학제품 수출 감소 영향을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5월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3% 감소했으나 4월(-18.2%) 대비 하락 폭이 크게 줄었다.
수입물량지수는 124.48로 전년 동월 대비 3.0% 내리면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운송장비 증가에도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1차 금속제품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수입금액지수는 150.63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6% 떨어졌다. 광산품과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 줄었기 때문이다.
5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3.29로 전년 동월 대비 2.8% 하락했다. 수출가격(-14.4%)이 수입가격(-11.9%)보다 더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이후 26개월 연속 하락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난달 물건 하나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이 0.83개라는 의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가격 변동만 고려하는 단점을 보완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하락한 103.87로 13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수출물량지수(-0.1%)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2.8%)가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6월부턴 교역조건이 회복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 기저효과가 확대되고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둔화되면서 6월엔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