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장부상 자산가치가 1년새 반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등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 그룹사의 시가총액이 하락한 영향으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자산 가치 하락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가하락에…자산가치 1년새 5.56조→2.72조
28일 케이큐브홀딩스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산은 2021년 5조5688억원에 지난해 2조721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카카오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 가장 컸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 10.49%를 보유중인데, 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카카오 단일 종목으로만 2조7788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카카오는 2021년 6월 주가가 17만3000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0월 4만6500원으로 16개월여만에 4분의 1수준으로 급락한 후 예전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27일(종가기준)에도 4만9350원에 그쳐, 2년전 기록한 최고가와 격차가 상당하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분 0.91%를 보유한 카카오게임즈와 관련해서는 34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케이큐브홀딩스의 투자 실적은 좋지않다.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아트앤디자인인터내셔널, 베이스이스트링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합자회사, 히어로미디어그룹, 베이스에이스트링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합자회사2호 등은 회계상 ‘손상차손’으로 분류했다. 케이큐브홀딩스의 보유 현금액도 반토막 났다. 2021년말 570억원에 달했던 보유현금은 268억원으로 줄었다.
쉽지않은 빅테크와의 경쟁…인력재배치 속도↑
케이큐브홀딩스의 자산가치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가 ‘공동체 이동 프로그램’이라는 명목하에 사실상 인력감축을 시도 중이기 때문이다. 불과 2년여 전만해도 IT업계 내에 ‘개발자 확보전’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어렵게 확보한 인재 중 일부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다.
카카오가 추진하는 공동체 이동 프로그램은 업무 조정이 필요한 임직원들이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적합한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돕는 제도다. 해당 프로그램이 강제성은 않지만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가 앞선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 중”이라고 밝힌 만큼 사실상 이직권고라는 내부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SM엔터테이먼트 인수로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넥스트 챕터’라는 명목하에 경력 10년 이상 직원 대상의 이·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또한 지난달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며 20여명의 임원을 면직처리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를 차기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는데 아마존·MS·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외에 네이버·NHN·KT 등 국내 기업과의 점유율 경쟁 또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생성형AI 주도권 경쟁에서도 오픈AI·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경쟁사로 분류되는 네이버와 기술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검색 부문은 계속되는 점유율 하락으로 포털 ‘다음’을 청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 등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서 도전자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유튜브와 비교해서는 이용자 체류 시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추가적인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사실상 가족회사… 계속되는 케이큐브홀딩스 ‘청산설(說)’
한편 케이큐브홀딩스와 관련해서는 ‘청산설’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2007년 1월 소프트웨어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가 2014년 다음(Daum)과의 합병을 통한 사실상 ‘우회상장’ 이후 카카오의 지주역할을 하는 회사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창업자(13.28%)에 이어 카카오의 2대 주주다. 김 창업자의 카카오 개인 지분이 23.77%에 달하는 셈이다.
현재 케이큐브홀딩스의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는 김탁흥 씨가 맡고 있으며 김범수 창업자와 김 창업자의 부인 형미선 씨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일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의 감사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했던 강성 씨에서 지난해 박종완 씨로 교체됐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역사를 보면 가족회사 모델과 정확히 일치한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초대 대표는 김 창업자의 처남인 형인우씨가 맡았으며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김 창업자의 동생인 김화영씨가 대표를 맡았다. 형인우 씨의 부인 염혜윤 씨 등도 등기임원을 맡는 등 케이큐브홀딩스는 10년넘게 가족회사 체제로 운영됐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사법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20년 정관변경을 통해 ‘투자업’을 주된사업으로 정관에 기재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등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금산분리 규정 위반이라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이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융 부문 매출이 2020년부터 2년간 전체 매출의 95%이상을 차지한데다, 투자사업을 주된 목적사업으로 정관에 기재한 만큼 문제쇠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케이큐브홀딩스 법인이 중간에 청산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비판과 관련해 김 창업자는 2021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케이큐브홀딩스와 관련된 논란이 없도록 가족 형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