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4000m 아래로 가라앉은 타이태닉호를 보러 간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호의 내파(內破·강력한 외부 수압에 의해 잠수정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성이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최근 최근 타이탄호의 수중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은 파키스탄 부호 샤자다 다우드(48)의 아내이자 술레만 다우드(19)의 어머니인 크리스틴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당초 타이탄호 여행은 코로나19 이전 계획됐는데 당시 아들 술래만은 나이가 어려 동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팬데믹 탓에 여행이 취소됐다가 최근 재개되자 아들에게 기회를 양보했다고 크리스틴은 전했다.
크리스틴은 정육면체의 색깔을 맞추는 ‘루빅 큐브’를 너무 좋아해 어디든 갖고 다녔던 아들이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은 해저 3700m에서 큐브를 풀며 세계기록을 깰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잠수정에서 큐브를 풀어 세계기록을 깨려고 기네스북에 사전 신청도 했다. 남편은 아들의 기록을 증명하려 카메라를 갖고 잠수정에 올랐다”고 떠올렸다.
기대감에 부푼 부자(父子)는 지난 18일 타이탄호 지원 선박인 폴라프린스호에 탑승했다. 이후 떠난 타이탄호와의 통신이 두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크리스틴은 딸 알리나(17)와 함께 같은 배에서 남편과 아들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틴은 처음 그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올라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10시간 정도가 지나자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만이 당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회고했다.
크리스틴은 "끊임없이 바다의 표면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남편과 아들이 잠수정에 탑승한 지 96시간이 흘렀을 때 '희망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먹였다.
크리스틴은 25일 추모식을 열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편과 아들을 추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술레만을 기리기 위해 딸 알리나와 루빅 큐브를 배우기로 약속했다"면서 "남편은 많은 일에 관여했고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 딸과 저는 그 유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남편이 하던 자선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샤자다는 파키스탄의 최대 식품·비료기업인 엔그로 홀딩스 부회장이다.
그의 누나는 지난 22일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동생은 어릴 때부터 1958년 영화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여러 번 봤을 정도로 타이타닉에 집착했다”며 “조카 술레만은 탐사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무서워했다. 하지만 (조카는) ‘아버지의 날’을 맞아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려 동반 탑승했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8일 심해 잠수를 시작한 타이탄호는 잠수 시작 1시간 45분만에 연락이 두절됐다. 결국 나흘 뒤 22일 미국 해안경비대는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해안경비대는 타이태닉호 뱃머리 인근 해저 1600피트(약 488m)에서 테일콘(기체 꼬리 부분의 원뿔형 구조물) 등 타이탄 잔해물 5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타이탄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매듭 지었다. 잠수정은 수중 내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타이탄에는 샤자다와 술래만을 비롯해 운영사인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61) 최고경영자(CEO),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시 하딩(58), 프랑스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르젤렛(77) 등 5명이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