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오히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미국의 비영리 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9.7로 전월의 102.5 보다 높아졌다. 블룸버그 전망치인 104도 상회했으며 2022년 1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득과 기업·고용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지표다.
신규 주택 매매도 깜짝 급등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5월 신규 주택 판매는 연율 기준 76만 3000채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매매량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본 시장의 전망을 뒤집고 12.2%나 급등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에 이른다. CNN은 “모기지금리가 높아져 갈아타기에 부담을 느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수요자들이 신규 주택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주택 매매가 늘면서 5월 내구재(3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 주문도 2882억 달러로 전월 대비 1.7%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는 -0.9%였다.
경제지표 호조로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드는 시점에 대한 전망은 3분기에서 4분기로 밀렸다.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20일 -0.5%에서 현재 0%로 올랐다.
경제가 오히려 확장 국면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이날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순차침체에서 순차확장(rolling expansion)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내 경력 중 어느 때보다 미국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경제에 자신감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州)에서 열린 선거 자금 모금 행사에서 “지금 미국 경제는 강력하다”며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13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중산층은 성장하고 있다”며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를 강조했다.
다만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여전히 월가의 한 축을 이룬다. 그동안 금리 동결을 전망하던 모건스탠리는 이날 7월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수정했다. HSBC자산운용의 조지프 리틀 글로벌수석전략가는 “경기 침체 위험은 높고 금융시장 여건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