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中 ‘反간첩법’ 시행, 국제규범 내세워 기업·교민 피해 없게 해야


중국이 다음 달 1일부터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반(反)간첩법(방첩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 법은 간첩 행위 적용 대상을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안보·이익에 관련된 자료 제공’ ‘간첩 조직에 의지하는 행위’ 등으로 크게 확대했다. ‘국가 이익’의 정의가 모호해 중국 당국이 제멋대로 간첩죄를 적용할 우려가 있다. 중국 보안 구역 인근에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기밀이 아닌 공개 자료에 접근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위 현장 방문이나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기사 검색조차 조심해야 한다. 학자들의 북한 자료 수집과 탈북자 접촉도 위험할 수 있다.



중국의 스파이 색출 광풍은 반체제 인사 탄압을 위한 포석이면서 미중 간 기술 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기업 실사 업체인 민츠그룹,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와 캡비전 등 미국 기업들을 스파이 혐의로 조사해왔다. 중국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첨단 기술 탈취, 비밀 경찰서 운영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벌인 점을 감안하면 적반하장식 행태가 아닐 수 있다. 이 법은 지리적·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한국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일단 대(對)중국 투자·여행 등이 더 위축될 것으로 보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절실해졌다. 무엇보다 중국에 거주하는 기업인·유학생·교민 24만여 명의 안전이 우려된다. 중국은 외국인을 감금한 뒤 해당국을 상대로 여러 요구를 하는 ‘인질 외교’ 전술을 구사해왔다.

관련기사



미중 패권 갈등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과 가까워지는 한국을 겨냥해 경제적 수단 외에도 반간첩법 등으로 보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기업과 교민이 부당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현지 외교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 당국에 인권·법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일본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중국에 국제법과 보편적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