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韓외교 인프라 90년대 수준…인력 확충 절실"

김의환 뉴욕 총영사 특파원 간담

외교관 수 30년째 제자리 걸음에

실무관 등은 월세 얻을 돈도 부족

대외접촉 줄어들어 '휴민트' 실종

장관 직 걸고 예산 확보 등 나서야

김의환 주뉴욕총영사가 29일(현지 시간) 미국 맨해튼 총영사관 건물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욕)=김흥록 기자김의환 주뉴욕총영사가 29일(현지 시간) 미국 맨해튼 총영사관 건물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욕)=김흥록 기자




“1990년과 비교해 지금 우리의 국력은 크게 늘었는데 외교관 수는 제가 공직을 시작했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전략만 만들고 이를 수행할 인프라 투자는 되지 않으면서 지금 우리나라 외교는 머리만 있고 손발은 없는 기형적 구조입니다.”



김의환 주뉴욕총영사는 29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외교력을 높이려면 해외 공관 지원이나 외교관 확충 등 인프라 투자가 급선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외교관 출신으로 주뉴욕총영사 부임 6개월을 지낸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글로벌 외교 인프라 확충을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1순위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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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나라 외교에서 휴민트(인적 네트워크)가 실종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영사는 “30년째 2000명 수준인 우리 외교관 인프라는 6000명의 외교관을 둔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일본 외교관 3명이 할 일을 우리 외교관은 1명이 맡고 있다 보니 외교관들은 각종 보고와 서류 업무에 시달려 정작 필수적인 대외 접촉 업무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깊이 있는 네트워크가 없는 이벤트 부처가 됐다”며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겉보기에는 큰일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쌓이는 것 없이 1회성으로 겨우겨우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외 공관에 대한 지원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 총영사는 “재미 동포와 주재원들의 민원에 대응하는 실무관들은 지역에서 한 시간 거리에서 월세도 구할 수 없는 돈을 받고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이 이들에 대한 비자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서 추후 퇴사를 하게 되면 사실상 이 금액으로는 인력 채용이 어렵다. 공관의 역량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영사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교와 영사관 업무 등 글로벌 활동을 늘리는 것이 필수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일부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이 달린 문제”라며 “한국의 특성상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본 문제인데 실제 일어나고 있는 팩트는 글로벌화의 반대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2018년 감사원이 예산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금융감독원의 해외 사무소를 폐쇄하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총영사는 “금감원의 경우 해외 사무소가 필요 없다며 금융 중심지인 홍콩과 싱가포르 지사를 폐쇄하도록 했다”며 “이를 되살려도 모자랄 판에 현재는 도쿄 지사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두고 “흥선대원군의 망령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라며 “아직까지도 해외 활동을 하면 특혜를 받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영사는 “외교부 장관은 목표에 맞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직을 걸고 결판을 내야 할 사안”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글·사진(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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