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1600억 원 상당의 세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는 미반환 세금에 400억 원에 달하는 지연이자까지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앞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한국 정부에 배상을 명령한 금액까지 더하면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물어야 할 금액은 총 32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이승원 부장판사)는 30일 론스타펀드 버뮤다 법인인 허드코파트너스포코리아리미티드 외 8개 법인이 한국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부당 이익금 반환 소송에서 미환급 세액 및 환급 가산금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론스타 측에 반환해야 할 세액은 1682억 원, 가산금은 400억여 원으로 추산된다.
론스타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외환은행과 극동건설·스타리스빌딩 등의 지분을 매입해 배당금과 매각 이후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거둬들였다. 2012년 세무 당국은 론스타 측에 법인세 1733억 원을 부과했다. 론스타 측은 “국내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며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은 2017년 10월 대법원에서 론스타 측의 승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투자의 모든 행위에 대한 주요 결정은 미국 본사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국내에 고정 사업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인세 부과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세무 당국은 원천징수된 세액으로 법인세를 충당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며 법인세를 돌려주지 않았고 론스타는 같은 해 12월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재판부는 “원천징수에 따른 환급 청구의 문제가 아닌 납부된 법인세 환급 청구”라고 판단했다. 취소된 법인세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지연이자였다. 반환해야 할 원금의 규모가 워낙 커 정부가 패소할 경우 이자만 10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론스타 측도 재판에서 원금에 맞먹는 규모의 지연이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판부는 론스타 측이 주장한 지연이자에 대해 일부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인세 반환이 확정된 판결에 대해 피고 측은 이행 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소송촉진법이 정한 지연 손해금 이율 연 12%를 적용하지 않고 민법이 정한 지연 손해금 이율 연 5%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8월 ICSID는 론스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국 정부에 2억 1650만 달러(2817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