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 간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설지 관심을 모은 가운데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 측과 인상을 원하는 근로자 측 생각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특히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노동계 의견에 따라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수많은 업체들은 직원을 내보내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 또한 강해 양측 간 논의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및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결국 심의를 끝내지 못했다. 이날은 관련법 상 심의·의결을 마쳐야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끝내 노사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법정 기한을 넘겨버렸다. 이에 내달 4일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가 이어지게 되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도 한계상태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한데 여기서 최저임금까지 올리게 되면 버틸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는 목소리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30일 입장문을 배포하며 최저임금 동결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은 현재 최저임금 9620원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벼랑에 내몰려 있다”며 “최후의 보루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마저 부결시킨 최저임금위가 단돈 10원이라도 인상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소상공인 모두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58.7%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44.5%가 기존 인력 감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치도 내놨다.
노동계 주장과 같이 최저임금이 1만 2000원이 되면 실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소상공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실제 파이터치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 형태 변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해 최저임금이 24.7% 오르면 19만 명의 자영업자가 1인 사업자로 전락할 것으로 경고했다. 2010~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국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 오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0.18%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를 한국에 적용할 때 나타난 수치라는 설명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알바생’들 사이에서는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일자리 포털 ‘알바천국’이 알바생 1713명과 기업회원 1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알바생 응답자 중 85.7%는 인상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실질 임금 감소(64.6%, 복수 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알바생이 희망하는 최저시급을 주관식 응답으로 집계해 본 결과 평균 1만 648원으로 조사됐다. 또 알바생(75.0%)과 고용주(54.7%) 모두 내년도 최저시급은 1만 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