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도전을 징계하면 미래는 없다

투자증권부 류석 기자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5000억 원 규모 K-바이오·백신펀드(K바이오펀드) 결성을 포기했다. 시장의 유동성 위축, 바이오벤처의 기업공개(IPO) 침체, 사모펀드(PEF) 형태의 조성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K바이오펀드를 통한 국내 바이오기업 임상 지원이라는 정부 정책은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자연스레 미래에셋벤처로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K바이오펀드 주축 출자자인 복지부와 국책은행은 공동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에 대한 징계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미래에셋벤처투자 관계자는 "그동안 휴가도 반납하고 전력을 다해온 바이오팀 인력들이 큰 허탈감에 심적 고통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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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이번 일로 비난만 받을 일인지 의문이다. 지난해 8월 K바이오펀드 출자사업 공고가 나왔을 때로 돌아가 보자.

복지부의 출자사업을 대행한 한국벤처투자는 K바이오펀드의 결성이 쉽지 않을 것을 예견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벤처투자 시장의 불황 속에서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 바이오 분야만 투자하는 펀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한국벤처투자는 출자사업 경쟁률이 저조할 것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먼저 나서서 대형 VC들에 펀드 조성 참여를 권유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VC들은 한국벤처투자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펀드 조성에 자신이 없다는 이유였다.

미래에셋벤처투자도 펀드 조성에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다른 대형 VC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은 K바이오펀드의 필요성에 대한 깊은 공감 때문이다. 정책적 목적 달성과 함께 시기적으로 수익률이 탁월한 펀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계열사들과 함께 750억 원이라는 거금을 직접 출자할 계획을 세우는 등 펀드 조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비난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일인데 정부의 징계 조치는 어불성설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잘못은 아무리 따져봐도 다른 VC들보다 시장 환경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자신감을 나타낸 것 말고는 없다. 복지부는 조만간 새로운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겠다고 하는데,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징계를 내린다면, 과연 어떤 VC가 K바이오펀드 조성에 참여하겠다고 나설지 의문이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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