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사태’ 주범인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세 번째 도주를 위해 준비한 탈옥 계획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노린 빈 틈은 그가 재판을 위해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이동하는 통로였다.
6일 검찰이 확보한 A4용지 수십장 분량의 ‘탈옥 계획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법원과 검찰청사의 건물 약도뿐 아니라 자신의 동선상에 있는 폐쇄회로TV(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기록했다. 약도에는 각 건물 내 폐문과 후문 개방 여부 등에 대한 정보도 꼼꼼히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을 때 식사 시간, 이동 시 교도관의 숫자도 이 계획서에 담겼다. 또 건물 밖 흡연구역의 위치, 호송차량이 이동하는 방향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본인이 앉을 자리에는 ‘구출자’라고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김 전 회장의 탈주 계획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내용을 파악했다”며 “법원이나 검찰에 다녀왔을 때의 호송 통로를 모두 기억해서 메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이 도주 계획 문건을 동료 재소자 A씨에게 건넸고, A씨는 다시 구치소 외부에 있는 외사촌 B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조력의 대가로 김 전 회장의 친누나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으나, 검찰에 김 전 회장의 도주 사실을 제보하고 1000만원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동료 재소자 A씨에게 문건을 공유한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A씨를 조력자로 포섭하기 위해 자신의 계획이 치밀하고, 현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문건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구치소에서 빼내려 한 혐의(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를 받는 친누나 김 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또 다른 누나 등 가족이 관여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에게도 도주 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누나에게 착수금을 건네는 현장에 동행했던 또 다른 누나에 대해서도 (탈주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이런 꿈을 꿀 수 없도록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친누나는 6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김 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