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관광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영상에 다른 나라 관광지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해 논란이다. 외주를 맡긴 필리핀 정부는 해당 영상을 제작한 광고대행사를 탓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관광부는 지난 1일 광고대행사 DDB필리핀이 제작한 홍보 영상에 ‘다른 나라에서 촬영된 사진’이 포함됐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해당 영상 제작에는 4900만 페소(약 11억 6000만원)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27일 관광 부처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필리핀을 사랑하자(Love The Philippines)’는 새 관광 슬로건과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보홀 초콜릿 힐을 비롯한 여러 명소가 담겼다.
하지만 영상 공개 이틀 후 필리핀이 아닌 다른 나라 관광명소가 담겨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FP의 분석 결과 영상에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들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 우붓의 계단식 논과 브라질 쿰부코의 사막 등이 담겼다. 심지어 영상에 사용된 이미지 일부는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스톡 영상 제공업체 웹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영상을 제작한 DDB는 홍보 영상을 내린 뒤 “적절한 검토 절차를 엄격히 따랐어야 했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필리핀 관광부는 “광고대행사 측에 영상 속 모든 자료의 원본과 소유권에 대한 확인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며 대행사로부터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거듭된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온라인에 유통된 홍보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한편 관광산업은 필리핀 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높은 물가로 인해 관광객 수가 이웃 동남아시아 국가에 뒤처져 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270만명으로, 이는 2019년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68%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