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의 음주운전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운전자의 자택으로 찾아가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한 50대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운전자는 음주 측정 온 경찰에게 집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6일 광주지법 형사 9단독 임영실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55)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의 수사보다 운전자의 퇴거 요구가 더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지난해 3월 1일 오후 7시 50분부터 8시 10분 사이 일행에게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2차례 받았다. 해당 신고를 받은 경찰은 광주 남구 자택까지 찾아가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당시 운전자는 경찰의 퇴거를 요구하며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28분 “A씨가 음주운전을 하고 집으로 간다”는 일행의 신고를 받았다. 이후 운전자의 차종과 차번호까지 특정해 출동했으나 A씨의 차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오후 7시 40분 “A씨가 집에 도착했다”는 일행 신고를 받고, 차를 발견한 뒤 A씨 자택으로 찾아가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가 음주 측정을 계속해서 거부하자 입건해 송치했고,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임 판사는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경찰이 A 씨의 퇴거 불응 요구에 응하지 않고 한 음주 측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음주 측정은 이미 행해진 주취 운전이라는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 절차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도로교통법상 규정들이 음주 측정을 위한 강제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음주 측정을 위해 운전자의 주거에 들어가는 등 수사상 강제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화내며 명시적으로 경찰들의 퇴거를 요구하면서 음주 측정을 거부한 이상, A 씨의 명시적인 퇴거 요구에 불응한 채 이뤄진 음주 측정 요구가 임의 수사로서 적법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