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보험업 강화를 통한 비은행 비중 확대를 위해 KDB생명보험 본입찰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중견 사모펀드(PEF) 등이 관심을 보인 이번 인수전에 대형금융지주가 참여하면서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평가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이날 정오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하나금융지주 등이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로 매각가는 2000억 원이 거론된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공사 출신이 설립한 PEF WWG와 보험사 경영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포진한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뛰어들었지만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전 초반에 관심을 보인 캑터스PE도 불참했다.
매각 초기부터 원매자로 거론됐지만 지난달 예비입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하나금융은 본입찰에 뛰어들면서 단숨에 유력 후보에 올라섰다. 하나금융은 비은행의 매출 기여도가 올해 1분기 기준 12%에 불과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해왔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 등 보험사를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형사에 불과해 보험 부문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말 기준 하나생명의 자산은 약 6조 원으로 22개 주요 생명보험사 중 17위 수준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이 자산 20조 원의 KDB생명을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할 경우 하나생명은 단숨에 8위권 생명보험사로 뛰어오를 수 있다.
특히 판매 채널 증가와 보험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하나생명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기 때문에 연금 등 저축성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KDB생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아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하에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된다”며 “KDB생명 인수로 보장성보험 비중이 늘어나면 재무 건전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다섯번째다. 그간 보험업 전반이 하향세인데다,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증자금 규모가 매각가에 적용하면서 매각이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매각전에는 매각가가 과거보다 낮아진데다 산은의 추가 가본확충이 더해졌고, 보험사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달라지면서 보험사에 대한 투자수요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산은은 KDB생명이 발행한 2,16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인수했다. 콜옵션이 도래한 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차환용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KDB생명은 75% 비율로 무상감자도 진행한다. 감자 전 4,743억원이었던 자본금은 감자 후 1,186억원으로 줄어든다. 감자 기준일은 7월 10일이다. 감자 차익을 활용해 결손금을 보전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매각에 대해 “매각 도전만 다섯 번째지만, 과거 매각 시도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KDB생명)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 결손금을 축소하는 한편, 산업은행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함으로써 가용자본 관리가 용이해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