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소셜미디어의 맏형이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돌아왔다. 트위터에 대항하기 위해 출시한 ‘스레드(Thread)’가 닷새 만에 1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으면서 챗GPT 열풍을 뛰어넘는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10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스레드의 신규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스레드 가입자는 출시 16시간 만에 30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출시 하루 반 만에 7000만 명을 넘겼다. 챗GPT가 누적 가입자 1억 명에 도달하기까지 두 달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속도다.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반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달성했다.
스레드의 돌풍은 표면적으로는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의 오프라인 대결 논란으로 인한 입소문 효과로 읽힌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트위터 소유주인 머스크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좌절이 동력이 됐다. 머스크가 유료 인증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도입한 후 유료 구독 여부에 따라 읽을 수 있는 포스팅 개수까지 제한을 두자 여론이 폭발했다. IT 매체 기즈모도의 댄 애커먼 편집장은 “사람들은 트위터와 유사하면서도 현재 트위터가 가진 독성이 없는 대안을 찾고 있다”며 “머스크가 소유하지 않는 또 다른 트위터를 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스레드를 주도한 저커버그 CEO에 대한 여론도 하루아침에 급변했다. 저커버그는 스레드를 론칭하면서 “우리는 이 공간을 친절함에 기반을 둔 우호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각종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정치와 뉴스로부터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누구도 가능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저커버그의 매력을 되살린 데는 머스크 테슬라 CEO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저커버그는 2006년 처음으로 페이스북의 전신인 ‘더페이스북’ 서비스를 공개 론칭하면서 트위터와 함께 소셜미디어 시대를 열었다. 이후 10년 가까이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선거에 활용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리며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이후 미 정부와 의회의 ‘소셜미디어 때리기’ 행보가 이어지면서 저커버그의 청문회 출석 사진은 ‘조종당하는 로봇’이라는 제목과 함께 밈으로 소비됐다.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사명을 메타로 바꿨지만 메타버스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헛발질하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올 들어 광고 매출이 회복되고 비용을 감축하면서 메타 주가는 138%나 상승했다. 저커버그 역시 지난달 기준으로 머스크에 이어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테크 거물로 꼽히기도 했다. IT 매체 악시오스는 “저커버그가 머스크의 트위터를 추격하는 새로운 인물로 부상하면서 일종의 후광 효과를 보게 됐다”며 “저커버그가 스레드를 성공시키면 개인적으로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