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지난 달 29일 만나 3시간 동안 면담했다고 크렘린궁 측이 10일 밝혔다. 프리고진이 처벌에 대한 취소와 벨라루스로 망명하는 것을 조건으로 반란을 중단한 지 약 닷새 만에 푸틴과 면담까지 벌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AP·로이터통신 등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전화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푸틴 대통령이빅토르 졸로토프 국가방위군 사령관, 세르게이 나리쉬킨 대외정보국 국장을 대동한 가운데 프리고진과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페스코프는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 지휘관 35명이 푸틴 대통령과 3시간 동안 만나 지난 달 24일 벌어졌던 일에 대해 각자 설명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바그너그룹의 공과 더불어 24일 벌어진 반란에 대한 평가도 밝혔다고 페스코프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 지휘관들에게 고용 방안과 전투를 위한 추가적 옵션도 제안했다고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바그너그룹 지휘관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그들은 대통령의 지지자들이고 병사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프리고진은 앞서 지난 달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은 지난달 23~24일 러시아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자신들을 공격했다면서 무장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의 군 시설을 장악했다. 이들은 하루 만에 1000㎞ 가까운 거리를 달려 모스크바로 접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처벌 취소와 벨라루스행을 조건으로 반란을 중단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벨라루스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 등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더불어 문책을 요구했던 인물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반란이 발발한 뒤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국방부가 10일 공개한 영상에서 그는 러시아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과 부하들에게 우크라이나군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영상을 전날 찍었다고 밝혔으며, 게라시모프의 직책은 반란 전과 동일하다. 게라시모프는 반란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일각에서는 숙청설까지 제기됐으나, 건재함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