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을 자국에 보유하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쟁에 따른 제재로 해외 자산이 동결된 러시아의 사례를 지켜본 각국 중앙은행들이 만일에 대비해 자국에 금을 보관하고 나선 것이다.
1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전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보유한 금의 일부를 국내에 보관하고 있다는 중앙은행의 비율은 2020년 50%에서 올해 68%로 늘었고 5년 후 74%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금을 주로 안치하는 영란은행(BOE)의 금 보유량은 2021년 최고점에서 올해 6월 초 1억 6400만 트로이 온스로 12% 감소했다. 각국이 자국내 금 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베스코의 로드 링로우는 “그동안 중앙은행들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이용해 금을 거래하려 했지만 올해는 실물 금을 선호하고 있고, 해외에 금을 안치하기 보다는 국내에 보관하려고 하고 있다”며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이 동결된 데 따른 반응”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 등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30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자산을 동결했다. 나아가 EU는 이들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우크라이나를 위해 쓰는 법률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지켜본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나라들은 금을 해외에 보관할 경우 러시아와 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금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미국의 우방조차도 만일에 대비해 금을 국내에 쌓기 시작했다. 서방 국가의 한 중앙은행 관계자는 “8~10년 전부터 금 보유량을 늘렸고, 영국 런던에 보관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금을 본국으로 들여오고 있다. 이는 (만일에 대비한) 안전자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고물가에 따른 피난처도 찾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까지 금을 대규모로 매입했다. FT는 중국과 튀르키예가 금 매입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에 힘입어 전세계 금 수요도 크게 늘었다. 세계 금위원회에 따르면 금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2020년 3678톤에서 지난해 4741톤으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