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작년 쏟아낸 침수방지법 등 1년째 '낮잠'

[전국 물폭탄]

◆국회서 발 묶인 수해대책 법안

주차장법 개정안 등 논의 지지부진

'관심 경쟁'에 민생법안 방치 지적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청주=성형주 기자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청주=성형주 기자






“국민 안전에는 국가가 무한책임을 집니다. 선제적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수해 지역 이재민, 피해 주민 지원을 위한 특별대책기구를 만들겠습니다.”(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해 8월 수도권에 떨어진 물폭탄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자 여야 사령탑들은 앞다퉈 ‘수해 종합 대책 마련’을 공언했다. 수마를 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방파제만큼은 확실히 쌓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이 됐다. 여야가 지난해 발의한 법안의 상당수는 국회에서 낮잠을 잤고 그 결과 1년 뒤 국민들은 또다시 침수 사고에 직면했다. 사회 현안이 터질 때마다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한 국회의 ‘관심 끌기 경쟁’에 정작 필요한 민생 법안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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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이후 여야는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우후죽순으로 쏟아냈다. 지난해 여름철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힌남노’ 등으로 전국에서 사망 사고와 침수 피해가 속출하자 지하 침수 방지 시설 설치, 지하층의 주거용 사용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들을 경쟁하듯이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법안의 대부분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민주당이 발의한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 △주차장법 개정안 등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됐을 뿐 논의에 진척이 없다. 집권 여당이 내놓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재해구호법 개정안 등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적 관심이 컸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침수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중고차에 한해 90일 내 계약 해지 허용)’ 등 소수 법안만 국회 문턱을 넘었을 뿐이다.

매년 여름철 ‘우중(雨中) 콘크리트 타설’ 등 부실 공사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관련 법안들도 국회를 부유하기는 마찬가지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여야는 부실 시공 제재를 강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 등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건축물의 뼈대를 만드는 기초공사는 무엇보다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지만 부실 공사에 대한 처분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맡겨진 실정이다.

법안 처리가 미진한 배경으로 ‘사회 현안에 따라가는 국회 운영 행태’가 지목된다. 수해 관련 법안을 관장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10·29 참사, 전세사기 문제 등 파급력이 큰 현안을 우선 논의했고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린 수해 법안들은 잊혀졌다. 한 국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굵직한 사건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수해 관련 법안 논의가 지연됐다”며 “수해 규모가 큰 만큼 관련한 법들을 빠르게 챙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이 수해 현장에서 흘린 구슬땀도 빛이 바래고 있다. 여야 의원 상당수는 지난 주말 지역구를 찾아 수해 상황을 점검하는 사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면서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1년간 관심을 꺼두다 피해가 재발한 뒤에야 또다시 현장 행보를 펼치면서 “수재민의 눈물을 의정 활동 홍보에 사용한다” 등 진정성을 의심하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정균 기자·김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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